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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독일영화사에 대해 호기심을 갖길 바란다
이영진 사진 오계옥 2008-09-09

<눈에서 눈으로: 독일영화의 모든 것>의 공동연출자 한스 헬무트 프린츨러와 미카엘 알텐

<눈에서 눈으로: 독일영화의 모든 것>은 독일영화 백과사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다큐멘터리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독일영화는 무려 254편이나 된다. 그렇다고 영화개론서의 영상 버전쯤으로 오해하진 말자. 딱딱한 설명 대신 기지 넘치는 시적 에세이와 구체적인 구술, 생생한 기록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시하니 말이다. <눈에서 눈으로: …>의 공동연출자인 영화학자 한스 헬무트 프린츨러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의 영화기자 미카엘 알텐을 만났다.

-두 사람은 어떻게 인연을 맺은 것인가. 알텐/ 베를린영화제때 나는 기자로 프린츨러는 회고전 기획자로 처음 만났다. 같은 바닥에서 일했으니까 어떻게든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프린츨러/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구를 해봐야 기억이 조금 날 것 같다. 80년대 중반이 아니었나 싶긴 한데. 나이 차이가 23살이나 되니까 쉽게 볼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게다가 알텐은 전형적인 뮌헨 귀족인데(웃음), 베를린으로 이사 올 줄 몰랐다.

알텐/ 2000년까지 뮌헨에 살았다. 도미니크 그라프와 함께 <뮌헨: 한 도시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찍었고, 2001년에 베를린영화제 포럼에서 상영했다. 그때 기차 타고 가는데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다. 아, 드디어 내가 뮌헨을 떠날 때가 왔구나 싶었다.

-이번 다큐멘터리 작업은 자발적인 필요 때문이었나. 제안 받은 것인가. 프린츨러/ 뮌헨의 방송사에서 알텐에게 TV시리즈로 만들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요하임 쉬뢰더라는 PD였는데, 그는 알텐의 죽마고우이기도 하다. 당시에 알텐은 요청을 거절했다.

알텐/ 처음부터 매력적인 작업이 아니었다.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독일영화사가 더 매력적인지도 잘 모르겠고. 방송사에서 원했던 건 연대 별 영화사 서술이었는데, A부터 Z까지 시시콜콜 따지는 그 방식도 그다지 맘에 안 들었다. 역사는 여러 층위가 중첩되어 있고, 영화사 또한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낼 수 없는 시간들이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선 재원을 직접 마련해야 했을텐데. 알텐/ 좀 드문 일이긴 하다. TV시리즈를 마다하고 영화로 만들었으니까.

프린츨러/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연방 정부가 전체 제작비의 1/3 정도를 부담키로 하니까 여기저기서 돈을 내겠다고 하더라. 연방 정부 돈이 종자돈 노릇을 한 거다. 이후 다른 2군데의 방송사에서도 투자를 받았다.

-독일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각이 다를 것 같다. 중간에 심하게 다툰 적은 없었나. 프린츨러/ 세대 차이가 있으니까 영화를 즐기는 방식부터 다르다. 나는 어릴 적부터 향토영화, 범죄영화, 나치즘 영화, 뉴저먼시네마 가리지 않고 봤던 영화광이었다. 베를린에 갔던 것도 동독영화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고, 물론 그 덕분에 나중에 <독일 연방국의 영화>라는 책을 쓸 수 있었다.

알텐/ 프린츨러는 영화를 통해 사회화 한 인간이다. 영화가 성장의 촉매제였던 셈이다. 난 아니었다. 유년시절에 독일영화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당시엔 장 폴 벨몽도가 나오는 프랑스영화만이 영화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아무래도 저널리즘 평론을 하다 보니 단일한 스펙트럼으로 개괄하는 것 보다 특별한 것에 관심을 쏟는 건 사실이다.

-‘독일영화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역사에 접근하고 서술하는 방식이 다채롭다. 독일영화, 라고 하면 고루하다고들 생각하는데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던 것인가. 프린츨러/ 관객들이 독일영화사에 대해 호기심을 갖길 바랐다. 알텐과 가장 먼저 합의한 점이기도 하다. 알아듣기 어려운 평론가들의 코멘트 보다 영화의 구체적인 장면을 제시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알텐/ 그건 취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대표 영화인 10명이 꼽은 영화들을 보라. 한두 편을 제외하곤 현재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일상을 담은 영화들이 선택됐다.

-공동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 알텐/ 물론. 그런데 우리는 이 영화로 좀 더 여행을 해야겠다.(그는 멀리 창밖으로 보이는 뢰벤호프라는 독일식 맥주집 간판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다)

프린츨러/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에 왔고, 다음 달에는 이 영화로 뉴욕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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