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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지고 싶은 게 죄랍니까?
이영진 2008-09-08

1960년대 미용정형외과 개업 붐, 배우지망생 주요 타깃

납작코는 오시오. 들창코도 문제없소. 매부리코는 깎아드리리다. 양인들의 쌍꺼풀이 부럽소? 이마빡이 튀어나왔다고 고민 마시고, 귀가 뒤로 자빠졌다고 부모 탓 마시오. 유방이 작다고, 머리숱이 적다고 골방으로 숨지 마시오. 주름이 많다고, 암내가 난다고 뒷걸음치지 마시오. 점은 빼드리고, 입술은 줄여 드리오. 들어간 볼살은 부풀리고, 사라진 턱은 살리오. 거시기 크기도 확대 가능하오. 연락주시오. 멀쩡한 사지만으로 양이 안 차는 이들 어서 오시오. 여기는 미의 전당, 종로2가 35번지 파고다공원 정문 옆이오.

1960년대 들어 영화잡지 광고란에는 성형 전문의원들의 개업 소식이 줄을 이었다. 고작해야 성병 혹은 부인병 전문 의원들의 광고가 전부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종로에는 장안의원, 광화문에는 연합병원, 명동에는 영락의원, 남대문에는 남문의원 등 10곳 넘는 미용정형외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국에서 다년간 안면성형을 연구하고 일본에서 치열성형까지 마스터했다”는 등 유학파 의사도 등장했으며, 이들은 호언장담과 친절약도 외에도 비포&애프터와 기자와의 일문일답식 광고까지 실었다.

“미국 시민들은 코가 못생기거나 조그마한 상처만 있으면 떼버리고 인공코로 바꾸어 붙인다고 하더라.” 불과 10년 전인 1950년대 초만 하더라도 먼나라 양코쟁이들의 독점 가십이었던 성형이 한국에 상륙했으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쏘냐. 한 일간지는 1960년대 초 ‘미용수술의 상식’이라는 기사까지 게재, 부위별 수술법을 자세하게 소개했을 정도다. 성형외과 의원들이 영화잡지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신인배우 모집 공고에 이력서 든 배우지망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던 1960년대가 아니던가.

의욕은 불타올랐지만 불행히도 “윤정희의 이목구비, 남정임의 입체감있는 입술, 도금봉의 풍만한 궁둥이, 최지희의 야생적인 눈”을 갖진 못했던 배우지망생들은 부모 몰래 소를 팔아 정형(성형)외과 문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일전에 언급했던 배우가 되기 위한 열두 계단 중 세 번째 계명이 “무조건 정형수술을 해둔다”임을 기억하는가. 심지어 1960년대 중반 한 영화잡지에는 ‘키 크는 기계’, ‘젖 크는 기계’를 발명, 특허출원까지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광고까지 등장했다. “무릎 밑에 2개의 전자파 발진장치”를 달면 키가 큰다는 선전은 그렇다치고 젖은 도대체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