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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물의 외피 안에 카르마(業)의 법도를 담은 영화 <검은 실크>
이영진 2008-09-08

<검은 실크> Black Silk 라타나 페스톤지/타이/1961년/129분/컬러/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장르

타이판 <죄와 벌>. 근근이 살아가는 클럽 지배인 &#46624;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주인 세니의 계략에 말려들어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과 주인의 죄를 묵인한 대가로 &#46624;은 큰 돈과 고급 자동차를 손에 넣게 되지만, 그 일로 인해 1년 넘게 &#46624;이 구애했던 연인 프래는 불교에 귀의한다. 영화 제목인 ‘검은 실크’는 극중 미망인인 프래가 항상 입고 있는 상복(喪服). 동시에 인간의 죄를 뜻하기도 한다. 완전범죄에 성공한 &#46624;은 그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이를 되찾으려 할수록 그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검은 실크>는 범죄물의 외피 안에 카르마(業)의 법도를 담은 영화. &#46624;과 프래는 속(俗)과의 연을 끊은 뒤에야 검은 실크를 벗고 비로소 숨쉴 수 있게 된다.

촬영감독으로 영화계에 먼저 입문한 라타나 페스톤지는 현대 타이영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16밀리 카메라를 이용해 후시녹음 영화를 만들던 때 유일하게 국제적인 기준의 35밀리 동시녹음 영화 <산티-위나>(1954)를 만들었고”(무지한 타이 정부는 <산티-위나> 촬영에 쓰였던 당시 1만6천불짜리 미첼 카메라에 5천달러라는 무거운 관세를 물려 예술가의 가슴을 새카맣게 만들었다), 이후 기술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시골호텔> <어두운 하늘> 등을 내놓으며 타이영화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196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타이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타전했던 <검은 실크>는 완벽주의자 라타나 페스톤지가 혼자서 연출, 각본, 제작, 촬영, 편집을 맡은 영화이기도 하다. 프래 역을 맡은 판네 트랑카솜밧은 라타나 페스톤지의 딸이다. 1970년 8월, 타이영화의 부흥을 위해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 관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다 숨을 거둔 라타나 페스톤지가 없었다면,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펜엑 라타나루앙 등과 같은 새로운 타이영화의 별들이 탄생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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