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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비용 절감의 매력, 리메이크는 계속될 것
강병진 2008-09-06

‘리메이크 게임:…’세미나, 할리우드의 아시아 영화 리메이크 붐을 말하다

아시아는 어떻게 할리우드의 신천지로 떠올랐을까. 지난 10년동안 할리우드에 유행처럼 번졌던 아시아 영화의 리메이크 붐에 대한 흥미로운 세미나가 열렸다. ‘리메이크 게임: 할리우드와 아시아, 그 문화교류의 역학관계’란 제목이다. 5일 오후 2시 명동아트센터에 열린 이 세미나에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의 저자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를 비롯해 <스크린 인터내셔널> 대만 주재원인 스티븐 크레민, 그리고 미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켄 클라인 버그가 참가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오늘 세미나의 주제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관객들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는 할리우드가 아시아 영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5가지 이유는 할리우드의 스튜디오가 가진 습성, 그리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의 성향과 맞닿아 있었다. 첫번째 이유는 스튜디오의 중역들이 가진 보수성이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때, 그 나라의 흥행작만을 골라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순수창작을 두려워하는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독특한 소재를 가져왔을 때, 정신적인 안정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본국에서 흥행한 영화가 가진 브랜드의 힘, 그리고 그 덕분에 잠재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흥행작을 만들려는 미국 스튜디오의 이중적 입장을 설명했다. “그들이 아무리 보수적이라고 해도 신선한 소재에는 끌리게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를 만났을 때 느끼는 신선도가 그들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켄 클라인 버그는 “스튜디오가 순수창작을 두려워한다”는 슈나이더의 이야기에 수치를 대입하며 동의했다. “일단 순수 창작을 하기 위해서 써야하는 비용이 막대하다. 일반적으로 한편의 영화를 개발시키는 데에만 약 300만불이 들어간다고 보면된다. 그런데 1년에 약 20편의 영화를 개봉시키기 위해서는 약 150편의 영화를 동시에 개발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1년에 약 1억불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건데, 일단 리메이크는 이 비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어서 환영받는다.” 그는 영화의 내용보다 마케팅에 의해 좌우되는 현재의 흥행시스템을 꼬집기도 했다. “마케팅비가 제작비에 상응할 정도로 증가된 현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영화나 고전, 그래픽노블을 리메이크 하는 것은 마케팅의 접근성이 쉬울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에는 소재에 대한 이끌림 보다도 더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앞의 두 사람과 달리 스티븐 크레민은 다소 과격한 입장을 제시했다. “왜 아시아의 영화는 할리우드에 와서 바보가 되는가. 그것은 아시아 영화가 가진 모호한 매력을 할리우드가 삭제시키거나,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할리우드로서는 좋은 영화를 리메이크 해서 망치는 것보다 안좋은 영화를 리메이크해서 좋게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며 “가장 좋은 선택은 아시아 영화를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하는 것” 말했다. 문화적인 간극이 있는 이상 원작이 가진 훌륭한 정서를 반영하고 또 그것을 관객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같은 문화권의 국가에서 리메이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이날 세미나는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의 결론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떤 걸림돌이 있다고 해도 아시아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것이 상업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다면, 할리우드는 계속 리메이크를 하려 할 것이다.”

사진 함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