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와일더가 <뜨거운 것이 좋아>(1959)를 만들 때, 원래 염두에 뒀던 배우들은 밥 호프나 프랭크 시나트라처럼 코미디에서 이름을 날린 스타들이었다. 그러나 마릴린 먼로를 캐스팅하면서 남자배우들에게까지 높은 개런티를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감독은 아직 신인급이던 잭 레먼을 우선 선택했다. 그리고는 꽃미남 이미지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했던 토니 커티스로 짝을 맞추었다. 두 배우 모두에겐 이 영화는 도전이었다. 영화의 대부분을 여장 남자로 등장해야 하니 자칫하면 자신들의 캐릭터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일더는 여성 분장사를 붙여 두 남자가 여성으로 거듭나도록 훈련시켰다. 토니 커티스는 마음 속에 그레이스 켈리를 염두에 두고 여장 연습을 했다. 우아하고 옷맵시가 뛰어난 여성을 그리고자 했다. 잭 레먼은 토니 커티스에게 맞추는 쪽으로 나갔다.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부터 남성 근육이 드러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까지 세심하게 연습했다. 최종 테스트는 들키지 않고 여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마릴린 먼로는 당시 극작가이던 아서 밀러와 살고 있었는데, 폭식 습관이 붙어 살이 쪄 있었다. 아무리 조심시켜도 음식에 욕심을 내는 바람에 원래 와일더가 기대했던 곡선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군살이 좀 붙은 채 나온다. 마릴린이 이 영화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감독이 빌리 와일더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와일더를 “천재”라며, 그의 재능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상찬한 적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꽃미남 토니 커티스가 상대역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찍으며 감독도, 커티스도 마릴린과는 원수가 되고 말았다. 그녀의 지각병 때문이다. 마릴린이 현장에 늦게 오는 것, 좀 심하게 말해 자기 마음대로 나타나는 것은 이때부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특히 커티스는 이를 갈았다. 마릴린이 영화 속에서 그를 유혹하여 키스하는 장면이 있다. 요트에서의 키스신인데, 마릴린은 이 장면을 특히 좋아했다. 연기도 좋았고, 자신의 몸매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답게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니 커티스는 “히틀러와 키스하는 것 같았다”며 그녀의 연기를 평가절하했다. 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나서, “현실에선 지독하게 비열한 사람이, 스크린에선 꿈처럼 환상적으로 나오는 배우가 마릴린”이라며 험담인지 칭찬이지 모를 말을 해댔다.
하지만 이 모든 마릴린에 대한 험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와일더의 말대로 ‘꿈같은 환상’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운 마릴린’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