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오테르> The Auteur 제임스 웨스트비 | 미국 | 2008년 | 80분 | 오프 더 판타스틱
웨스 앤더슨이 포르노영화를 찍으면 아마 이런 모양새가 되었을까? 오테르 도밍고 감독은 <나의 왼발>과 <레퀴엠>의 포르노판 <My left Nut>과 <Requiem for a Wet Dream>을 연출한 포르노계의 대부. 스스로 포르노 영화계의 ‘스탠리 큐브릭’이라 여길 정도로 자부심에 차 있었지만, 필생의 역작인 <Full Metal Jackoff>에 쏟아진 혹평과 사랑하던 여인과의 불화로 지금은 한물간 감독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던 중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필름 페스티벌에 공로상 수상자로 참가한 도밍고는 그곳에서 여전히 자신에게 열광하는 팬과, 예전 함께 작업했던 배우, 자신에게 적대적인 라이벌을 만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한다. 특히 히피들의 자유로운 섹스 광경을 본 뒤 그는 재기의 영감을 얻는다.
꼴통 온라인 영화평론가 ‘스코티’를 그린 <Geek>을 연출, 미국 독립영화계의 초히트작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자레드 헤스와 종종 비교된 제임스 웨스트비의 신작. 퇴물 감독 오테르의 현재와 그간 걸어온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속 페이크 다큐가 혼합된다. B급 정서와 잡탕 유머, 개봉이 불투명할 정도로 적나라한 성기 노출이 판을 치지만, 한편으로 발칙한 영화의 색깔을 낭만적으로 희석하는 오테르 감독의 순정 로맨스를 첨가, ‘착함’을 견지한다. 포르노그래피 감독의 DVD 음성해설을 코믹하게 그린 감독의 동명 단편의 확장판. 영화 속 영화인 <풀 메탈 자켓>의 포르노 변주인 <Full Metal Jackoff>는 웨스트비의 명성을 과대평가된 것이라 조롱하던 이들조차 웃게 만든다. 특히 웨스트비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한 감독의 페르소나 멜릭 말칸시안의 연기는 단연 압권! 단편에서부터 보여준 이탤리언 특유의 억양이 섞인 영어를 구사하고, 자아도취에 빠진 도밍고를 보면 어쩐지 <뮤즈>에서 희화화된 마틴 스코시즈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