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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스스로 답을 구하는 추리영화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
장영엽 2008-07-23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 The Facts in the Case of Mister Hollow 로드리고 구디뇨 / 캐나다 / 2008 / 6분

추리영화의 매력은 대개 사건의 진실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만담가 탐정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답을 구하는 추리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은 입증한다. 이 영화는 단 한 마디의 나레이션도 없이 스산한 음악과 팀 버튼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고딕적 영상으로 일관한다. 주어진 자료라곤 100여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신문기사와 몇 명의 남녀가 포함된, 출처를 알 수 없는 낡은 사진 한 장 뿐이다. 그런데 카메라가 사진을 천천히 훑기 시작하면서 시선의 흐름은 곧 하나의 서사가 된다. 사진 속 남자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들의 차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와 그녀 곁의 남자는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영상은 말없는 이야기꾼이 되어 진실을 풀어놓는다. 6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은 무궁하다. 한정된 텍스트를 정교하게 파고들며 그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영상언어에 대해 이처럼 적확한 이해를 가진 감독이 평소엔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점이다. 로드리고 구디뇨는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호러잡지 뤼 모그의 발행인이다. 다양한 호러물 체험에서 비롯된 노련함인지, 혹은 타고난 재능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