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린> The Screen at Kamchanod 송삭 몽콜송 | 태국 | 2007 | 98분
1989년 1월 29일. 한 영사기사가 캄챠노드 숲의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틀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상영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말없이 영화를 감상하던 그들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초월적인 존재에 관심을 보이던 의사 윳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여자친구와 기자들을 이끌고 캄챠노드 숲으로 떠난다. 그때부터 이들 일행을 둘러싸고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재앙을 겪는 이야기는 공포영화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설정이지만, <더 스크린>의 서두르지 않는 촘촘한 접근방식은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다. 유령에 대한 윳의 신경증적인 집착과 숲에 대한 일행의 공포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한편 공포의 중심에 위치한 유령은 영역을 침범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하지만 한편으론 신비로운 느낌의 초자연적 존재로 묘사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감독 송삭 몽콜송은 <디 아이>나 <방콕 데인저러스> 등 인기 많은 장르영화의 조감독으로 활동해온 인물. 그의 첫 연출작인 <더 스크린>은 똑같은 스타일의 공포물을 답습하는 태국영화계에 신선한 경종을 울린다. 실화가 바탕이며 수많은 전설로 가득한 숲에서의 촬영이 극도로 조심스럽게 진행됐다는 감독의 뒷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오싹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