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순수 결정체. 애니메이션 <어둠속의 공포>는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형식의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다. 이태리, 미국, 프랑스, 중국 등의 다국적 연출진이 근원적인 공포를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애니메이터들이 아닌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가. 총 6편의 에피소드 중, 사무라이에 빙의된 소녀를 그린 플래시애니메이션 ‘사무라이 하지메‘를 연출한 프랑스 감독 마리 까이유 역시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다.
“프로듀서 역시 그래픽 디자이너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위해 아티스트들이 손을 잡았다.” 일본작가의 시나리오에 기초한 ‘사무라이 하지메’는 사무라이에게 살해당한 영국 장교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 런던에서 전학 온 소녀가 겪는 문화적 충돌, 심리적 불안을 공포라는 장르로 풀어냈다. 상상을 극대화해 주는 회색톤의 화면, 일본 풍속화를 연상시키는 스타일, 공포와 유머가 뒤섞인 유령의 형상화. 그녀의 애니메이션은 독특함과 흥미진진함을 결합한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다. 짧은 에피소드지만 결실을 얻기까지 3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 하는 작업에 익숙하다보니 각 파트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애니메이션은 쉽지 않았다.”
18살 때, TV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을 보며 일본 애니메이션에 심취했다는 그녀. 파리에서 일러스트레이션, 벨기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그녀는 일본 소니사의 완구 디자인을 비롯, 기모노의 패턴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해 왔다. 공포는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색깔. 특히 존 카펜터의 <저주받은 도시>의 기괴한 이미지를 여러 작품에 차용해왔다고. “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데 자금이 문제다. 기회가 오길 바란다.”며 연출에 대한 무한포부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