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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블랙 코미디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
김도훈 2008-07-21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 How to Get Rid of the Others 앤더스 로노 클라룬드/ 덴마크/ 2007년/ 94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한 무리의 군인들이 덴마크 시민들을 야밤의 학교로 끌려온다. 겉보기에는 한없이 선량한 시민으로 보이는 그들이 대체 왜 돼지 떼처럼 끌려왔을까. 이유는 덴마크 정부가 국가 존속을 위해 새롭게 창안한 정책 ‘뉴 코펜하겐 크리테리아’ 때문이다. 국가에 기여한 것보다 더 큰 해택을 받아온 시민들을 모조리 제거한다는 이 정책은 도무지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파시즘의 산물이다.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은 체육관에 갇혀 처형을 기다리는 일군의 무리에 초점을 맞춘다. 누구는 휠체어 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중년 장애인이다. 하는 일도 없이 국가의 사회보장정책에 기생한 죄로 끌려온 셈이다. 다른 누구는 예술가다. 처형을 집행하는 군인에 따르면 “예술가는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표적”이다. 왜냐고? 국가에 실질적인 이득을 주는 일도 없이 쓸모없는 예술혼을 불태우느라 물감 값만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벨린다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자신을 국가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라고 정의하며 갇힌 사람들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은 국가 파시즘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영화로, 감독은 소수의 살아남은 자들이 배를 타고 아프리카에 도달하는 것으로 영화를 끝내버린다. 2MB 시대의 한국 관객에게도 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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