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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기 힘든 마닐라의 현실 <행복한 장의사 가족>
정재혁 2008-07-21

행복한 장의사 가족 Casket for Rent 닐 탄 | 필리핀 | 2007년 | 94분 | 오프 더 판타스틱

타인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남자. 관을 렌탈해주고 돈을 받는 귀도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다. 아이가 셋이나 딸린 여자가 울먹이며 부탁을 해도 돈 없이는 관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게 귀도의 생각이다. 그의 아내 피닝은 시체에 화장을 해주는 여자로 둘은 마닐라의 슬럼가 칼레홍에서 유일하게 밑천을 갖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비좁은 도로에 마약 중독자, 도박꾼, 창녀, 날치기, 포주 등이 뒤섞여 사는 칼레홍에서 삶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혹은 욕망에 저당잡힌 담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귀도와 피닝도 칼레홍의 현실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연이어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둘은 죽음이 타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직면한다. 닐 탄 감독은 칼레홍 사람들을 돈 때문에 굴러가는 사회의 쥐처럼 묘사한다. 귀도가 쥐에 물려 고생하거나, 음침한 공간을 기어다니는 쥐를 보여주는 장면, 거리의 부랑자 바툴의 중얼거림은 철거 명령이 떨어진 칼레홍 거리를 음산하게 스케치한다. 사람이 왔다 가고, 사라지고 나타나고. 영화가 굳이 6개월을 건너뛰어 결말을 맺은 건 마닐라의 이 거리 현실이 직면하기엔 힘들어서일 거다. 26살 어린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한 필리핀 인디영화 감독 닐 탄의 최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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