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관객은 존 래세터의 초기 단편들도 직접 볼 수 있다.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등 픽사 장편들에 밑그림을 제공한 3D애니메이션 단편들이 전시기간 동안 상영된다. 킴 도노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픽사의 3D 초기 기술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또 대형 와이드스크린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2D 작업물들이 생생한 사운드와 함께 3D로 살아 움직이는 신기한 영상물도 준비돼 있다.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의 픽사 스튜디오를 찾아가도 볼 수 없는, 이번 전시 투어만을 위한 메뉴다.
픽사의 역사는 1984년 루카스필름의 CG부서로 출발한 팀을 1986년 스티브 잡스가 10만달러에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햄버거 케첩 얼룩, 귀퉁이가 찢어지고 종이가 반 접힌 자국, 아티스트의 심심풀이 낙서까지 그대로 남은 채 자료들이 공개되는 사연은 무엇일까. 줄리엣 로스 아카이브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픽사 아카이브가 한명의 직원에게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도 만들어지기도 전, 프로덕션 어시스턴스(연출부)로 일하던 어느 디즈니 광팬 스탭이 “우리도 언젠가 디즈니처럼 될지 누가 알아?”라며 동료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북과 노트, 휴지통을 뒤적거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카이브 담당자는 농담처럼 “지금도 우리는 말없이 휴지통 비우는 일을 제일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야근과 농담과 실패의 흔적들까지도 가감없이 공개되는 픽사 전시회를 지면을 통해 살짝 엿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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