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와 휴지조각,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들이 아무렇게나 널러져있는 다락방에서 하릴없이 포르노비디오를 보는 남자, 그리고 넓은 풀장이 펼쳐져있는 실내 수영장에서 싱크로나이즈를 연습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쓸쓸히 밀대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다리 불편한 여자가 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속사정이야 알 수 없겠지만 확실히 이 두 사람은 뭔가 결핍되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영화는 일체의 대사없이 오로지 두 남녀의 행동과 이들이 처해있는 공간을 디테일하게 잡아냄으로써 인물들의 감정과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분위기를 제대로 담아낸다. 남자가 끊임없이 포르노비디오를 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것은 한편으론 치졸하고 유치한 방법이지만 그래도 그 행위는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침대 커버도 다락방의 벽지도 파란색으로 꾸며진 공간은 이 남자의 별볼일없는 일상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푸른 풀장 속에서 유유히 수영을 하는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마치 한 마리의 연약한 물고기가 헤엄을 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나치게 넓고 푸른 수영장 안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층 더 작고 쓸쓸하게만 보인다.
우연히 수영장에서 마주하게 된 이 두 남녀는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결핍과 외로움을 알아차린다. 때문에 어색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보이며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남자는 늘 무시했던 핸드폰 벨소리에 즉각 반응을 보이게 되고 여자는 귀에 물이 들어간 남자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그의 귀를 대신 파준다. 여자는 다락방에 잔뜩 쌓인 포르노비디오들을 보고 남자에게 불쾌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관계를 잇기 위해 애를 쓴다.
어딘가 약간 부족해보이고 남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 두 사람이 비록 서투른 방법일지라도 서로에게 손길을 내미는 행위에는 서글픈 아이러니만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타인과 함께 외로움을 덜어내고 또 소통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 단지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이들의 행동이 조금도 이상할 건 없다. 함께하는 서로의 행위를 통해서 이들은 헛헛했던 마음을 조금씩 채우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무언가가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통과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