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len Man│2007│마티아스 피녜이로│90분│아르헨티나│오후 8시│메가박스 6 부에노스아이레스 박물관의 예술작품이 도난당한다. 범인은 메르세데스. 그녀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예술품을 골동품 시장에 팔고 그 빈자리에 음악 박물관에서 가져온 물건을 채워 넣는다. 어느 날 메르세데스는 절친한 친구 레티샤의 애인 안드레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들의 뒤를 쫓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청춘 남녀에게 고정불변의 진리나 영원한 맹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항상 고전을 인용하고, 예술작품 근처에 머물지만 그들의 인생에서 예술이란 유희의 대상일 뿐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건너편 횡단보도에서 애인이 아닌 다른 여자를 껴안고, 여자는 연인을 쉽게 잊는다. 불안정한 이들의 관계는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합주, 자주 흐름이 끊어지는 피아노 연주로 형상화된다. <도둑 맞은 남자>의 시퀀스는 아르헨티나의 작가 사르미엔토의 저서 <파쿤도>를 부분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역사와 문명이란 거대 담론을 다룬 그의 텍스트와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 집착하는 아르헨티나 청춘들의 삶이 엇박자를 이루며 전진한다. 등장인물의 여정을 따라 아르헨티나의 풍경과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청춘의 불안정한 심리를 건조하게 담아낸 흑백화면이 인상적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