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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은 내게 가장 중요한 주제다”
인터뷰 홍성남(평론가) 정리 안현진(LA 통신원) 2008-05-06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인터뷰

헝가리의 거장 감독 벨라 타르를 평론가 홍성남이 만났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가 상영된 뒤 국내에도 벨라 타르 지지자들은 암암리에 늘어났는데,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라 타르가 영원할 것만 같은 염세적인 그의 세상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철학자를 꿈꿨다던데. =어린 시절 1968년의 ‘68혁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68년을 기점으로 많은 개방이 이루어졌고, 헝가리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중요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고,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당시에는 장 뤽 고다르, 미클로시 얀초 등 훌륭하고 신선하고 혁명적인 영화들을 주로 봤다. 나는 사회에 대해서 특별히 민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선박회사에서 일했다. 16살에 8mm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영화의 내용이 정치계와 관료주의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대학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그런 경험 끝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영화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내가 전문적인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스>를 끝내고 <런던에서 온 사나이>를 만들기까지 7년이 걸렸다. =<런던에서 온 사나이>의 준비가 다 됐을 때 갑자기 투자자이자 제작자인 나의 프랑스 친구가 자살했다. 은행 자금의 공급이 중단됐다. 세트는 분해해서 창고에 넣었고 촬영이 중단됐다. 법적, 재정적 문제가 계속됐고 은행장, 투자자들을 만나러 매주 파리에 가야했다. 그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2007년 2월에 다시 촬영에 들어가 3월15일에 촬영을 마쳤다. 그것이 두 영화 사이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존재하는 이유다.

-당신은 당신의 영화들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영원성이다. 내 생각에 인간의 존엄성은 영원한 것들 중 하나이고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주제다. 못생긴 사람이건, 범죄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도 개성과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가 보여주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 영화에는 패션잡지 표지 모델이 될 법한 사람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구스 반 산트가 당신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당신 영향을 받은 그의 영화는 훌륭하다. 반 산트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와 나는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아이다호>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등의 영화를 봤다. 뉴욕에서 나의 회고전이 있었을 때, 그가 초대해서 <제리>의 워크 프린트를 본 적이 있다. 아녜스와 함께 만났었는데 아내가 조언을 했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정도다.

-영화는 구체적인 것을 찍을 수밖에 없는데, 당신 영화를 보면 겉모습 너머의 것을 보여주려고 하고 그 영역은 무생물을 넘어선다. 벽의 표정, 벽에 새겨진 역사 등을 포착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것이 내가 이야기해온 것들이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현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과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의 관계를 표현함으로써 앞서 말한 나의 세계, 나의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다만, “이것이 내가 바라본 현실”이라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영화 언어로 전환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차기작 계획을 말해줄 수 있나? =있다고 해도 아직은 말할 수 없다. 영화는 보는 것이지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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