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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굵은 영화언어와의 만남! 중앙아시아 영화의 과거와 현재

중앙아시아 특별전 : 포스트 소비에트 중앙아시아 5개국 영화

‘중앙아시아 특별전 : 포스트 소비에트 중앙아시아 5개국 영화’은 구소련 해체 후 독립국가로 분리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장편 10편과 단편 2편을 소개한다. 그 대부분은 지금은 중앙아시아에 편입되어있지만, 소련 해체 이전 모스크바국립영화학교(VGIK)에서 영화를 익힌 뒤 자신의 출신 지역에서 일련의 영화 운동을 전개했던 감독들의 작품들이다. 시기적으로도, 소련 해체 직후인 1990년대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련 해체 이전 작품과 2000년대 이후 작품까지, 중앙아시아 영화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초청작의 인지도에서 가장 앞서있는 작품은 카자흐필름을 중심으로 영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 카자흐스탄 초청작이다. 이미 ‘디지털 삼인삼색 2006’에 참여한 바 있는 다레잔 오미르바예프의 장편 데뷔작 <카이라트>(1991)는 그의 영화적 아버지인 브레송적인 스타일에 누벨바그의 생동감을 겹쳐 놓은 듯한 작품이다. 20살 무렵의 한 청년의 방황을 통해 그의 단골 테마인 집단으로부터 소외된 개인의 삶을 다루는 <카이라트>는 여름 햇살이 부서지는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바늘>(1989)은 1990년 세상을 떠난 소련의 전설적인 락뮤직션 ‘빅토르 최’가 주연한 작품으로 개봉 당시 25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이다. 반영웅적인 극의 캐릭터가 소련 해체 직전 사회적 혼돈 속에서 자유를 외쳤던 빅토르 최의 이미지와 조우하면서 그의 매력을 배가시켜준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가장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1941-1944년 알마아타에서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1998)은 <이반 대제>를 촬영할 당시의 에인슈타인의 삶을 소재로 하는데, 거장 에이젠슈타인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그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너무도 낯선 국가명이지만 키르기스탄의 작품을 놓칠 수 없다. 이들 작품은 무언가를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의 원시적 힘 그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특히 키르기스탄 뉴웨이브의 기수인 악탄 아&#47520; 쿠바트의 <그네>(1993)와 <버스 정거장>(1995-2000)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작품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몇몇 인물 군상의 모습을 흑백의 실루엣으로 처리한 뒤, 그 어떤 대사 없이 그들의 흐릿한 동선만으로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버스정거장>은 단편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한 중앙아시아 특유의 풍경과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첫사랑의 상실감과 치유를 ‘그리는’ <그네>는 정적이면서도 격렬하고, 섬세하면서도 선이 굵은 비쥬얼의 힘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타자키스탄 출신의 마이아람 유수포바 감독의 <노란 풀들의 시절>(1991)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갑자기 발견된 낯선 시체 한 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냉정히 살펴보고자 하는데, 죽음과 삶에 대한 선문답적인 이야기 전개 속에 드러나는 마을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나, 영화 후반부 한 여인의 울음같은 노래 소리가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상영되는 타자키스탄 영화로는 동생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나선 형제의 모습을 로드무비 형태로 담아낸 <형제애>(1992)가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무라트 얄리예프의 <대지진의 밤>(1996-2004)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1996년에 제작에 들어갔지만 정부의 반대로 중단되었다가 감독이 러시아로 이민 간 후 2004년에 완성시킨 <대지진의 밤>은 행복했던 한 소년의 집안을 중심으로 대지진 이후 처참하게 붕괴된 한 마을의 모습을 담는다. 지진 이후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듯한데, 영화 곳곳 다른 질감의 필름에서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악전고투가 묻어난다. 중앙아시아의 현재성이 가장 선명히 드러난 작품은 우즈베키스탄의 얄킨 투이쉐프 감독의 <틴에이저>(2004)이다. 할머니, 어머니, 누나 등 여성 틈에서 살아가는 어린 소년의 혼란과 성장 과정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