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36시간이죠. 30시간 일하고 6시간 쉬면 하루가 갑니다.” 프로그램팀 박혜진 씨의 일상이다. 그렇게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었다는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런데 이처럼 '혹독한'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프린트 수급을 맡아 190편이 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작품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갔다. “필름 통관시키고, 상영 준비하고, 상영 끝나면 잘 포장해서 다시 돌려보내고…. 짧은 시간에 큰일을 하자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도 축제가 끝나면 준비했던 과정이 생각나면서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 스탭들도 앞으로 정말 하지 말자고 얘기하다가 그 다음 해가 되면 다시 모이고.(웃음)”
올해는 지난해의 업무에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의 제작과 배급이 추가됐다. 감독들이 주목받는 섹션인 만큼 이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몇 달 전 차드에 내전이 일어났을 때 디지털 삼인삼색 중 한명인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차드에서 촬영 중에 전쟁 때문에 카메라도 잃어버리고 차도 도난당했다고. 그 소식을 듣고 우리 영화제에 못 오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영화 아주 잘 나왔더라.”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출품 마감일을 훌쩍 넘기는 감독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일상이다. “작품에 대한 욕심은 전 세계 감독님이 다 똑같다. 하루만 더 손보겠다고 필름을 안 주신다. 물론 늦게 내실 걸 예상하고 마감날짜를 빠르게 잡아놓았지만.(웃음)” 하지만 그녀가 맡은 감독과 작품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언급하는 모습은 영화감독 못지않게 열정적이었다. 문득 영화제 이후가 궁금했다. “홍대에서 ‘도유’라는 이름으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친구랑 둘이서 노래도 쓰고 연주도 하고. 그런데 친구가 유학 가서 나 혼자 해볼 생각이다. <오수제비>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온다. 많이 사랑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