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논란은 시점의 문제다. 무엇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역사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각기 다르게 윤색된다. 전쟁이나 대립이 첨예한 사건은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사실이 난무하고, 한쪽에 치우친 주장들이 사실과 관계없이 강요된다.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뜨거운 문제 야스쿠니 신사도 그렇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매번 논란이 되고, 중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의 외교는 야스쿠니 앞에서 주춤한다.
중국의 리 잉 감독이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야스쿠니 신사>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1989년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는 그는 중국에선 몰랐던 일본인들의 역사 의식, 야스쿠니에 대한 생각에 충격을 받아 영화를 시작했다. “난징 학살 관련 세미나에서 일본인들이 국기 의식을 하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일본문화에 익숙한 그에게도 낯선 광경이었다. 마침 야스쿠니에서 검을 만들던 장인의 소식을 접했고, 그는 이 노인의 삶을 야스쿠니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삼았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충돌을 보여준다. 미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입장과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지지와 반대. “원하는 역사만 기억하고 원하지 않는 역사는 삭제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현재 야스쿠니 신사가 처한 위치를 떠올리게 한다. “야스쿠니의 영혼, 그 총체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로 제시한 검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도 여기에 함께 겹친다. 그는 “어떤 의미에선 침묵이 시끄러운 논쟁보다 문제의 핵심을 더 잘 전달한다”며 노인의 침묵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불어 이 방식은 “중국, 일본, 한국, 대만이 역사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위함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올해 일본과 중국에서 개봉한다. 리 잉 감독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역사적인 책임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10년에 걸쳐 촬영했고 “역시 방대한 양의 공부”를 바탕으로 완성한 리 잉 감독의 역사적 대화. 그는 “이제 한국도 식민지 이후 100년을 맞는 거 아니냐”며 함께 대화에 참여하자고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