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세일즈맨들이 속속 해운대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대의 필름마켓인 아시안필름마켓(AFM)이 10월8일부터 나흘간 해운대 그랜드 호텔을 중심으로 두번째 막을 열어젖힌다. 태풍 크로사의 갑작스런 북상으로 인해 전반적인 영화제 분위기는 살짝 가라앉은 상태다. 하지만 정주현 홍보팀장은 "동남아시아 게스트들의 도착일이 기상 늦춰지고 있을 뿐이다. 마켓은 행사일정이 모두 실내에서 진행되므로 날씨와는 별 상관이 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전세계 160개 업체 참가 127개 부스 운영
전세계로부터 온 150여개 업체가 133개의 부스를 운영했던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AFM의 참가 실적은 썩 근사한 편. 현재까지 160개 업체가 127개 세일즈 부스를 그랜드 호텔에 예약했다. 일본의 토에이 컴퍼니, 토호쿠신샤 필름 코퍼레이션, 중국의 화이 브라더스 픽쳐스와 폴리보나 필름즈, 홍콩의 골든 씬 컴퍼니 등 아시아의 대표적 영화사들은 물론, 미국의 라이온스 게이트 필름즈와 웨인스타인 컴퍼니, 영국의 타탄 필름즈 등 주요 서구 영화사들도 대거 부산을 찾는다. 9월의 토론토영화제와 11월의 아메리칸필름마켓 사이에 열린다는 근본적인 약점에다 TV와 영화를 모두 다루는 회사들이 같은 기간에 열리는 칸 TV마켓으로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AFM의 활기는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광수 공동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는 한국영화계의 침체로 인해 조금 조용한 편이지만 마켓은 침체조짐이 없다.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마켓으로서의 가치가 괜찮은 편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던 ‘스타 서밋 아시아’은 올해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들이 참여하는 세미나와 아시아 스타들이 참여하는 크로스 오버 토크쇼 등 다양한 행사들을 확충했다. 스타 서밋 아시아의 메인 섹션인 ‘커튼 콜’에서는 임수정, 위난, 후지와라 타츠야 등 한중일의 정상급 배우를 포함해 한국계 미국배우 존 조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아시아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을 타진하는 인터내셔널 캐스팅 세미나에는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의 캐스팅 디렉터인 요코 나라하시 등 쟁쟁한 패널들이 포진하고 있다. 아시안 필름 마켓의 중점 사업인 PPP(부산프로모션플랜)의 풍부한 라인업 또한 여전하다. 바흐만 고바디, 왕 샤오슈아이, 홍상수, 산토시 시반 등의 신작과 함께 아르메니아와 네팔 등 그간 PPP에서 소외됐던 변방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멤버십 파이낸싱 ‘코프로덕션 프로’신설
사실 AFM은 아시아라는 한정된 지역을 타겟으로 하는 마켓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세일즈를 촉진시키기는 힘들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박광수 공동위원장은 AFM의 시작부터 내세웠던 ‘토탈마켓’의 개념이 이같은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중점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 AFM이 ‘토탈마켓’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코프로덕션 프로(Co-Production PRO)’는 주목을 요할 필요가 있다. ‘코프로덕션 프로’는 한국과 아시아, 미주, 유럽에서 활동중인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합작에 필요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실질적인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운영되는 멤버십 파이낸싱 마켓이다.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을 비롯해 현재까지 총 220여명의 국제적 인사들이 참여를 신청해왔으며, 모든 행사는 실질적인 비지니스와 관련된 투자 프레젠테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차기작으로 준비중인 무협영화 <섭은랑>과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 중국의 장 위엔이 기획중인 ‘김구 다큐멘타리 프로젝트’가 국제무대에 소개된다.
행사장 엘리베이터, 스크리닝행 셔틀버스 재정비도
그외 소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들도 있다. 작년 게스트들의 불만을 가장 크게 자아냈던 것은 느리고 답답한 엘리베이터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마켓 스크리닝행 셔틀버스였다. 올해는 행사가 열리는 7층과 17층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의 수를 늘였고 그랜드 호텔에서 마켓 스크리닝 장소인 프리머스 시네마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재정비했다. 박광수 공동위원장은 올해가 "포맷팅의 해"라고 말한다. "작년에 성공적으로 마켓을 연 이후에는 마켓을 왜 부산에서 해야하냐는 불만들은 쏙 기어들어갔다. 작년이 가늠의 시기였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마켓의 세팅을 정리하는 해다". 그에 덧붙인다면, 올해는 AFM의 본격적인 ‘서비스 정신’을 참가자들에게 증명해야하는 해가 될 거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