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를 즐기는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은 또 다르다. 영화가 좋아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신나서, 축제의 열기를 잊지 못해 영화제를 찾는 이들은 일반 관객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서 영화제를 즐기고 또 함께 만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남포동의 극장을 지키는 자원봉사자 혼다 오사무씨. 824명의 자원봉사자 중 유일한 외국인인 그는 “마지막 학창시절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다시 부산을 찾았다. 동아대학교 재학 시절 이미 부산영화제의 자원봉사를 경험했던 친구의 추천으로 지원했고, 일어와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무기를 바탕으로 연속 2년 자원봉사자로 선발됐다. 2006년엔 외국인으론 처음으로 우수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혼다씨가 올해 영화제에서 맡은 일은 부산극장의 안내다. 일본인 관객에겐 통역 서비스를 하고, 불만사항이 들어오면 적절하게 대처한다. 가장 어려운 일은 “정시가 지나 입장하려는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제를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한다. “도쿄에도 영화제가 있지만 부산이 자원봉사로 지원하기에 더 개방적인 것 같아요.” 그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 일본계 기업, 한국의 일본 지사를 타겟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엔 한국 음식이 잘 안맞아서 매일 배가 아팠지만,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어요.” 영화를, 추억을, 형과 동생 사이의 돈톡한 관계를 좋아하는 혼다씨. 그는 추억을 위해 부산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