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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부르주아 처녀의 암울한 처치 <달링>
김도훈 2007-10-07

<달링> Darling 요한 클링 | 2006년 | 90분 | 35mm | 스웨덴 | 월드 시네마 | 10:00 | 부산극장1

스톡홀름에 사는 유복하고 아름다운 처자 에바에게 삶의 무게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의 구찌 매장에서 일하는 건 신분의 표상이며 잘생긴 남자친구를 소유한 건 신분에 뒤따르는 포상이다. 하지만 그녀의 지위는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매일 반복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약간 싫증이 난 에바는 매력적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이를 알게된 남자친구는 저주를 퍼부으며 떠나고 만다. 게다가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구찌 매장에서는 건성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다. 심지어 재정적인 물주였던 엄마마저 새살림을 차려서 에바를 떠나가버린다. 이제 에바는 홀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지만 마땅한 직장도 나타나지 않는데다가 사회적 지위 때문에 붙어있던 얄팍한 친구들마저 등을 돌리고 만다. 극도의 수치심을 무릅쓰고 맥도널드에서 감자를 튀기기 시작한 에바는 50대 점원 베르나르드와 교류하면서 차츰차츰 세상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달링>은 사회적으로 급강하한 철없는 부르주아 처녀의 암울한 처치를 다루면서도 결코 주접스러운 눈물 따위는 흘리지 않으며, 에바가 완벽하게 교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에바는 베르나르드와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얄팍한 지난날을 되돌아보지만 더욱 근사한 직업이 돌아오자 가차없이 맥도널드를 떠난다.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반성을 통해 거듭난 인간에게도 달콤한 자본의 계급을 거부할 용단은 없는 것이다. 무심한듯 세련된 기운이 아주 ‘스웨덴적’이라고나 할까. 할리우드나 충무로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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