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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리석은 역사의식 <야스쿠니 신사>
정재혁 2007-10-06

야스쿠니 신사 靖國 리 잉 | 2007 | 123분 | 35mm | 일본, 중국 | 와이드 앵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마음의 문제다. 마음의 문제는 다른 사람이 뭐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전쟁에서 죽은 조상들의 영혼을 기리는, 두번 다시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행위라 말했다. 이렇게만 들으면 야스쿠니는 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조상들을 기리는 건 어디에나 있는 일이고, 전쟁 반대는 누구나 찬성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스쿠니는 동시에 이질적인 문제들을 품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말은 침략자로서의 일본의 위치를 삭제하고, 야스쿠니에는 난징학살 때 100여 명이 넘는 중국인을 학살한 군인과 강제 동원된 한국인, 중국인의 영혼도 있기 때문이다.

8년에 걸친 촬영으로 완성된 다큐멘터리 <야스쿠니 신사>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야스쿠니에서 검을 만들던 사람의 손을 경유해 이야기한다. 생존해 있는 사람으론 유일한 이 남자의 회고는 현재 야스쿠니 신사가 처한 위치를 은유하는데 리 잉 감독은 집요한 질문과 침묵으로 돌아오는 답변을 통해 그 어리석은 역사의식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역사 앞에 주저하고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일본. 야스쿠니의 성조기는 부정하면서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은 찬양하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역사를 보호하고자 하는 칼의 집념과 닮았다. 영화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일본인의 시선에서 시작해 동아시아 지역의 문제로 확장한다. 충분한 자료 화면과 연출자의 적절한 개입으로 야스쿠니 신사의 문제점을 시사, 발전시키는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