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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상산업 허브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주성철 2007-10-04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언제나 변함없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환한 얼굴이다. 그와 함께 성장한 영화제는 어느덧 12살을 맞아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가 되리라는 큰 포부를 품고 있다. 30분 단위로 빼곡히 들어차있는 스케줄 보드를 배경으로 그가 올해 영화제에 대해 즐거이 입을 열었다.

-작년을 회고한다면? =아시안필름마켓을 처음 열면서 걱정도 많이 했고 실제 운영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가장 의미 있는 행사 중 하나였다는 자부심이 있다. 더불어 해운대 해변에 피프 파빌리온을 지으면서 잘만 운영하면 오히려 칸이나 그 어떤 영화제보다 더 경관이 멋진 영화제가 될 수 있겠다는 뿌듯함도 생겼다. 그것이 올해 조금 더 개선한 결과로 반영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작년이 술을 안 먹고 치른 첫 번째 영화제였다.(웃음)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서 치른 영화제였다.

-제12회 부산영화제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영화제 자체는 10년 넘게 치르면서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왔다고 보고, 이제는 조금 차원을 달리 해서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이 아시아영상산업의 허브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비욘드 프레임’이라는 슬로건도 그래서 달게 됐다. 그래서 올해는 3회를 맞는 아시아필름아카데미와 2회를 맞는 아시안필름마켓에 이어,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기획 프로젝트와 후반작업 지원에 역점을 두는 아시아영화펀드(ACF)도 발족시켰다. 또 부산시에서 올해부터 2억원의 지원을 받아 아시안필름아카이브를 창설해 약 80편 정도의 필름을 확보하게 될 것 같다.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도 금년 창설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가 매개가 돼서 스폰서를 구해주고 그를 바탕으로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더 기여하고 싶다. 아, 또 아시아 영화인들이 그냥 영화만 출품만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팔고 배급할 수 있게 ‘발콘’이라는 영화사도 설립했다. 아시아문화산업펀드도 조성해 영화제 기간 중에 발족할 예정이니 올해도 정말 사업이 참 많다.(웃음)

-그럼 올해의 예산 규모는 어떤가? =약 6억 정도가 더 늘었다. 작년이 74억 규모였고 올해는 약 80억 규모인데, 아시안필름아카이브라든가 발콘과 같은 사업을 하면서 부산시 추경예산을 지원받은 만큼 더 늘었다고 보면 된다. 또 빈폴 등 외부 스폰서가 더 늘어나면서 규모가 커진 면도 있다.

-해운대가 영화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장차 완전히 옮겨올 생각인가? =어쩔 수 없는 변화다. 해운대와 남포동 양쪽 다 중심을 두면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하니까. 남포동은 그대로 두면서 해운대의 역할을 더 강화시켜 가는 것이 앞으로 조성될 부산영상센터 개관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래도 남포동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상지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해운대쪽에 집중하는 일은 없을 거다. 다행히 올해는 협조가 잘 돼서 작년에는 남포동 대영시네마 3개관만 운영을 했지만 올해는 부산극장 3개관까지 더해졌다.

-올해 개인적인 추천작이 있다면? =올해 칸영화제에서 본 영화들 중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추천한다. 올해 칸이 60주년을 기념해 질 자콥 조직위원장이 역대 황금종려상을 받은 35명의 감독들에게 약 3분여의 단편영화를 부탁해 편집한 것이다. 재미도 있었지만 왕가위, 기타노 다케시 등 무수한 거장 감독들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한데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물론 그런 옴니버스 영화를 기획할 수 있는 칸영화제의 위상도 부러웠고.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술은 거르시는 건가? =새벽 3, 4시까지 술자리를 옮겨 다니긴 한다. 물론 술잔에는 맹물을 채운다. 이제는 폭탄주를 만들어서 받는 것보다 주로 주는 쪽으로 기량이 향상됐다.(웃음) 게스트들도 이제 다 아니까 불편한 건 없다. 작년에는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었는데 올해는 좋다. 다시 아침마다 뛰면서 원기를 회복했다. 개막식이 기다려진다.

사진 김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