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나보고 ‘또라이’라고 부른다.” 스테파노 오도아르디 감독은 “내 영화는 모두 한결 같다. 한없이 느리고 또 조용하다”며 “‘이거, 서양 사람이 만든 영화 맞아?’”라는 핀잔을 종종 듣는다”는 말부터 꺼낸다. 인디비전에서 상영되는 그의 첫번째 장편 데뷔작 또한 다르지 않다. 눈 한번 껌뻑이지 않고 피사체를 묵묵히 쳐다보는 <화이트 발라드>에서 누구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떠올릴 것이다. “오래된 러시아 영화들을 좋아한다. 특히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노스탤지어>의 도미니크 목소리를 맡은 이에게 이번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긴 것도 “타르코프스키에게 전하는 작은 오마주”라고. “이 영화를 편집한 작업실에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편집한 영화 중에 가장 컷 수가 적다고 하더라.(웃음)” <화이트 발라드>는 죽음을 앞둔 늙은 부부를 등장시키지만, 대사 없이 독백과 내레이션만으로 끌어간다. “노부부에게는 굳이 대사가 필요없었다. 시선을 맞추지도 않는다. 한 평생을 함께 하면서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겠나.” 죽음을 암시하는 중년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넣은 것을 두고 ‘연극적’인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그는 연극 연출가이기도 한 이력을 넌지시 일러주면서 “삶과 죽음을 감지하지 못하는 일상을 가만히 일깨워보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극중 노부부로 나오는 배우들은 동네에서 구두수선방을 운영하는 실제 부부. 비전문배우라 카메라 앞에서 긴장할 줄 알았는데 평소 유쾌한 성격을 맘껏 발휘하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고 전한다. “영화의 마지막과 시작이 동일한” 다음 신작에서도 이들 부부는 카메오로 등장한다고. “아무래도 성향이 변할 것 같지 않다. 현란한 움직임이 아니라 조용한 침묵으로 시선을 빨아들이고 싶다. 내 영화의 또다른 스승인 오즈 야스지로처럼 말이다.” 아시아에 오면 고향에 온 것 같다는 그는 영원히 서쪽 사람들에겐 ‘또라이’라 불릴지도 모르겠다.
오즈와 타르코프스키를 스승삼은 '또라이'
<화이트 발라드>의 감독 스테파노 오도아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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