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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듯 강렬한 몽골의‘끼’
김민경 사진 이혜정 2007-05-01

<카닥>의 배우 바출 카얀카야르바와 체제지 비얌바

잊을 수 없다. 스무살 남짓의 비전문배우 바출 카얀카야르바와 체제지 비얌바의 얼굴은 <카닥> 속 낯선 동토의 광막한 절경만큼 강렬했다. 2006년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카닥>은 소비에트 붕괴와 급속한 근대화로 생채기난 몽골에서 유목민의 영적 세계를 여행하는 영화다. 피터 브로센 감독과 제니퍼 호프 우드워스 감독은 주인공을 찾아 2년간 몽골을 뒤지며 600여명의 소년소녀를 만났다. 1년만에 찾아낸 건 소도시의 음악회 사회를 보던 바출이었다. 그를 오디션에 끌고 온 감독들은 테스트 몇분 만에 이미 마음이 기울었다고. 모델 에이전시의 사진첩에서 찾은 ‘졸자야’ 역의 체제지는 “만사에 무심한 듯 초연한 아름다움”의 소유자였다. 무관심한 얼굴로 일관하다가도 현장에선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주위를 감탄시켰다. 놀라운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단 한번도 배우를 꿈꿔본 적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바출은 아버지처럼 난방과 전기기술공이 되기 위해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체제지는 재미로 모델 사진을 몇장 찍어본 게 전부인 법학도였다. 바출과 체제지의 미온적인 반응에 감독들은 1년간 다른 배우를 물색했지만 결국 선택은 두 사람에게 돌아왔다.

<카닥>은 쉽지 않은 영화다. 극적 전개 대신 얼어붙은 몽골의 황야와 유목민의 아연한 표정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3개월의 연기 훈련에서 두 감독이 교본으로 제시한 건 제목을 알 수 없는 한국 영화였다고. “유부녀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남자주인공의 표정만으로도 굉장히 극적인 영화였다.”(바출) 두 사람 모두 아직 한창 젊음을 즐기는 학생이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또 연기할 순 있겠지만 스스로를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TV 음악프로그램 진행자를 맡고 있는 체제지와 노래 가사와 시를 쓰는 바출의 ‘끼’는 여전히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몽골의 영적 체험을 실어나른 이 생경한 얼굴들, 기억해둬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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