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들 앞으로 나와주세요.” 올해 처음 시도된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 <숏!숏!숏!>의 상영이 끝난 29일 오후 3시10분. 마이크를 잡은 정수완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의 요청에 따라 객석에서 숨죽이며 잠복해 있던 이들이 하나둘 무대를 채웠다. 이날 GV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6명이나 됐다. <기다린다>의 감독 김종관과 배우 정대훈, <너의 의미>의 감독 손원평과 배우 전수지, 이종환, 그리고 <미필적 고의>의 감독 함경록이 자리했다. 김종관 감독은 “다른 두 분의 영화 잘 봤다”는 덕담을, 손원평 감독은 “새벽 늦게까지 놀다가 자는 바람에 아침 기자시사회에도 늦었다”는 고백을, 함경록 감독은 “집에서 혼자 볼 때는 재밌었는데 막상 여기 와서 보니까 지루하다”는 겸손을 내놓으면서 관객들의 말문을 틔웠다.
각기 다른 개성의 소유자들이니만큼 관객들의 질문도 모두 달랐다. “정서를 중요시하는” 김종관 감독에게는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은 설정에 대한 궁금증이 주를 이뤘다. “극중 운철은 역전에서 만난 윤희에게 누굴 닮았다는 말을 반복하는데 그게 누구냐. 난 엄마라고 생각했다”는 한 관객의 호기심에 대해 김종관 감독은 “기다린다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보고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다”면서 “지하철에서 우연히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나보고 형이라 부르며 신발끈을 매달라고 한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선보인” 함경록 감독은 “대사 보다 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까닭”을 두고 “영화 속의 내레이션은 주인공의 것인 동시에 주인공의 친구 목소리이기도 하다. 1인칭과 3인칭이 혼재된 내레이션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로 알지 못하는 두 남녀의 독백을 번갈아 쓴” 손원평 감독은 “‘너’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을 받고서 “로맨스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기 보다 불특정 다수 중에 아직 찾진 못했지만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로부터 영화가 탄생했다고 답했다.
감독들 못지 않게 이날 자리한 배우들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정대훈은 “맞는 장면에서는 솔직히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수지와 이종환은 “까먹었던 수학 공식을 외우느라”“부족한 기타 연주 실력이 들통날까 봐” 촬영 중에 노심초사했다고 토로했다. 배우들의 불평을 뒤늦게라도 다독이고 싶었던 것일까. 김종관 감독은 “매번 어떤 선입견 때문에 배우와 만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다른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서 “(정) 대훈이와는 3번째 작업인데 이전에는 몰랐던 대훈이의 어떤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에게 공통 질문이 떨어지자 손원평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맨먼저 마이크를 넘기는 제스처를 취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4월29일 첫선을 보인 <숏!숏!숏!>은 5월2일과 5월3일 두차례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