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닥> Khadak 피터 브로센, 제시카 우드워스/벨기에, 독일, 네덜란드/2006년/105분/시네마스케이프-비전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인 미래의 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아득한 몽골의 초원에 사는 유목민 소년 바기에겐 먼곳의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 여자 샤먼으로부터 그 역시 샤면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을 받지만 바기는 운명을 거부한다. 한편 몽골 정부는 초원에 도는 동물 전염병을 이유로 유목민을 탄광 마을로 강제이주시키고 가축들을 빼앗아간다. 바기는 아끼던 말의 목에 카닥(몽골인들이 기원의 의미를 담아 묶는 푸른색 두건)을 매어주고 말을 도망시킨다. 유목민들은 초원의 파오 대신 아파트에서 새 생활을 시작하지만 모두가 도시에 적응하진 못한다. 도시에서 우체부 일을 시작한 바기는 화물차에서 석탄을 훔치던 소녀와 우연이 만난 이후 다시금 동물의 소리를 듣게 된다. 심리학자는 그가 부적응으로 환청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고 치료를 강요하지만, 그는 빼앗긴 동물들의 소리에 따라 샤먼으로서의 내면의 여행을 결심한다. 몽골의 산업사회화 과정과 유목민의 삶의 방식이 충돌하는 초반부를 지나면서 스토리라인은 점점 희미해지지만, 정갈한 자연과 카닥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아연한 정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영하 35도의 혹한 속에서 스크린에 옮겨낸 숨막히는 절경과 인류학도 출신의 몽골계 벨기에인인 브로센 감독이 재현한 유목민의 풍속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몽골 현악기 음색과 함께 하는 주술적 체험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