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찾으신 마마님, 나으리 여러분. 장금입니다. 제가 한상궁 마마님의 아래에서 음식을 배울 때, 원자마마의 마비를 풀기 위해 먹어본 충조 전압탕 탓에 미각을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전주의 맛을 떠올리며 어서 미각을 되찾아야겠다 결심을 하곤 하였습니다. 8년 전이었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맛의 고장 전주에서 영화라는 유흥거리의 축제 또한 열린다고 들었지요. 해마다 볼 거리 충만하고, 즐길 거리 넘쳐나는 축제라고 모두들 칭송해 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녀 장금이, 전주를 찾으신 많은 분들이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영화 관람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로 인해 건강을 해칠까, 더 나아가 영화제의 흥이 깨질까 저어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즐거움을 눈 질끈 감고 참아내십시오, 라는 무책임한 소견은 내놓지 않겠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길용이가 아니라 장금이옵니다. 저, 장금이가 마마님과 나으리의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지켜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선 것입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닙니다. 백반집에 가도 상다리 휘어지는 한상 차림을 내오는 전주 아니더이까. 맛나고 실한 음식 찾기 위해 몇날을 꼬박 세웠습니다. 발품도 팔았습니다. 옛부터 좋은 음식이란 무릇, 미각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먹는 이의 몸 또한 만족시키는 것이라 들어왔습니다. 혀가 심심하십니까. 몸이 허하신지요. 장금이표 '오장육부 만족쾌감' 차림표를 내놓습니다. 어여, 한부씩들 챙기십시오.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고뿔도 아닌데 콧물이 심하게 나지 않으셨습니까. 허면 그것은 폐와 대장에 탈이 난 것입니다. 이는 매운 음식으로 신체를 보완하여야 할 것 입니다. <옴시롱 감시롱>(063-231-7367)의 떡볶이는 도톰한 쌀떡과 매콤하면서도 달근한 양념의 조화로 쫄깃함을 자랑합니다. 떡의 맛 외에도 양념에 버무려진 오뎅과 고구마도 그 맛이 탁월합니다. 본디 음식이란 재료관리부터가 기본인 것입니다. 좋은 재료만으로 음식을 해 이익이 거의 없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많아 유지가 된다 말씀하시며,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시는 상궁마마가 계신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거리 프리머스시네마 구관 옆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왱이집>(063-287-6979)의 콩나물국밥도 놓치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온기의 음식으로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따로 담겨져 나오는 계란은 음식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어 줄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고 더구나 음식을 먹은 후 통변을 이롭게 합니다. 얼큰한 맛으로 허기를 채운 뒤,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어 만든 ‘모주’를 한 잔 드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영화의 거리에 위치한 홍림서원 골목 안 쪽에서 24시간 내내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입과 입술의 안과 밖이 헐고, 속이 쓰리며 입냄새가 난다면 비장과 위장이 좋지 않다 하였습니다. 이에는 꿀과 소고기, 엿기름과 같은 달근한 맛의 음식들을 먹으면 좋습니다. 특히 간장으로 양념을 한 소고기를 우려 만든 갈비탕의 맛이 일품인 <효자문 식당>(063-284-4236)에서는 7000원으로 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녀가신 마마님들과 나으리들 모두 입을 모아 국물의 맛을 칭찬하셨습니다. 뽀얗고 걸쭉한 국물이 아닌 말간 간장 국물의 갈비탕을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방에서 드신다면 그 맛과 풍미가 그만일 것입니다. 예전 플러스마이너스 건물을 등지고 모퉁이 편의점이 있는 방향으로 오, 육십보를 걸어가시면 나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메밀국수를 만들고 있는 한양소바(063-251-1377) 또한 들리시길 당부합니다. 메밀은 그 맛이 구수하며 소화를 돕는 데 좋은 음식입니다. 또한 군관들도 메밀을 반죽하여 무와 함께 먹고 힘을 낼 정도로 근력을 키우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입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직접 공장에서 면을 만들어 내온다 합니다. 그 도톰한 면발과, 메밀의 독을 없애주는 무를 함께 넣어 끓인 육수는 담백하고도 시원한 맛을 내어 요즘 날씨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가격은 4000원이며 영화의 거리에 있는 호남약국 사거리 근방에 위치하고 있사옵니다.
얼굴이 검고 소변을 자주 보며 손과 발을 제외한 신체 다른 부위에 부종이 심하다면 신장과 방광의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겁니다. 돼지 고기는 비위를 튼튼히 하여 부종을 가라앉혀 준다 하였습니다. <돼지박사>(063-287-8255)의 삼겹살은 2900원이라는 가격으로 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담백한 맛을 배가시킨 양념삼겹살 또한 일품이며, 그에 공기밥을 추가하면 돼지고기의 양념으로 비벼진 밥까지 먹을 수 있어 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그만인 곳입니다. 영화의 거리 근처 플러스마이너스 빌딩 옆으로 몇 보 내려가시다 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
젖갈과 같은 짠 맛도 신장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한옥 마을에 위치한 <전주향>(063-284-2588)의 참게장 정식은 먹음직스러운 게장과 우렁된장찌개를 비롯해 스무 가지가 넘는 맛깔스러운 반찬을 가득 먹을 수 있습니다. 한약재와 갖은 재료를 넣어 비린 맛을 제거한 게장은 다른 곳보다 훨씬 고소하여 저처럼 미각을 잃으셨던 분들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눈에 눈물이 쉬이 나고 눈이 부셔 햇빛을 보기 힘들거나, 침소에 드시어 이를 가는 분들은 간과 담낭이 좋지 아니하므로 신 맛의 음식들을 드셔야 합니다. 김치와 동치미, 닭의 고기 같은 음식들은 이에 도움이 됩니다. 전북대학의 새 정문 맞은 편, 전북 은행 뒤쪽에 자리한 <정둔면옥>(063-252-7791)의 닭곰국시 한번 드셔보십시오.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소면에, 씹는 살맛까지 좋은 닭다리까지 함께 나와 푸짐하기까지 합니다. 씹을수록 열무의 향이 배어나오는 열무국시, 오징어와 소고기를 철판에 볶아 국수와 함께 먹는 오징어 철판국시 또한 그에 뒤지지 않습니다.
<명원>(063-285-6071,2)의 김치찌개는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해소에도 효능이 빠르기로 최고입니다. 열기가 있는 것을 먹으면 속이 편해지는 법, 통으로 썰어 넣은 비계도 비릿한 내음이 전혀 나질 않아 새콤한 맛을 더 해줍니다. 영화의 거리에 위치한 국민은행의 뒷골목으로 가시면 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명치 부위가 답답하여 가슴이 아프며, 얼굴이 붉고 자주 붓는다면 심장의 탈을 의심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쓴 맛을 지닌 상추와 더덕, 도라지는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조절해주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상궁 마마님께서 이르시길 한가지 식재료에는 여러 가지 성질이 있어 어떤 동료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몸에 이롭게도 혹은 나쁘게도 나타난다며 그것을 음식궁합이라 하셨습니다. <옛날 땡땡이 상추 튀김>(063-273-0903)에서는 기름에 튀기어 느끼할 수도 있는 튀김을 상추의 쓴맛으로 보완해주어 제대로 된 음식궁합을 맛볼 수 있습니다. 상추에 싸서 먹는 튀김의 독특한 맛은 전북대학의 옛 정문 앞에서 찾으시게 될 겁니다.
30여가지의 지단과 잣, 밤, 호두, 육회, 나물을 넣어 만들었다는 비빔밥으로 유명한 <고궁>(063-251-3211)에 들리시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정성들인 재료와 정갈한 차림새로 그 본분을 다하니, 조선의 3대 음식 중 하나였던 전주비빔밥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도립국악원에서 큰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백이십보 즈음 내려가다보면 있사옵니다.
소녀는 항상 음식을 만들면서 늘 드시는 분의 얼굴에 드리워지는 미소를 생각하곤 합니다. 소녀, 안타깝게도 여러분들에게 손수 음식을 지어드리지는 못해 그 미소를 직접 뵐수는 없지만, 500여년 조선의 기운이 흐르는 맛의 고을 전주에서 제가 지은 음식보다 더 기품있고 정성스러운 음식들을 맛보시기를 기원하겠사옵니다. 화려한 영화축제, 그 볼거리 이외에도 이렇게 입을 즐겁게 해줄 맛있는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소녀 이제 이만 인사올리옵니다. 보배와 같은 음식으로 항상 만수무강하시길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