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Wazzup!’ 광고 시리즈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 국민들을 한꺼번에 TV 앞에 불러모을 정도의 행사라면, 아마도 축구 한-일전이나 월드컵이 있지 않을까 한다. TV로도 모자라 카페나 가전제품 대리점 앞, 심지어는 대형전광판 앞에서라도 꼭 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처럼 이런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미국인들도 신기하게 일년에 딱 한번은 모두들 TV 앞에 모여 앉는다. 바로 1월 말이면 열리는 프로 미식축구 결승 경기인 슈퍼볼(SuperBowl)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슈퍼볼을 보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우리의 한-일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가족 혹은 주변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이 시작하기 전부터 바비큐를 굽거나 혹은 맥주파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온갖 먹을거리들을 앞에 두고 브라운관을 주시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200여개까지 다양한 채널을 볼 수 있는 미국인들이 이날만큼은 슈퍼볼을 생중계하는 단 한 채널에만 고정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생중계권을 따기 위한 방송사간의 전쟁은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경쟁을 낳게 되고, 필연적으로 그 시간대의 광고 단가 역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산정되게 된다. 매년 어떤 회사들이 어떤 광고를 슈퍼볼 생중계에 내보낼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슈퍼볼에 무려 17개의 닷컴회사가 광고를 내보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겨우 3개의 닷컴만이 광고를 내보낼 것이라는 사실이 슈퍼볼 몇주 전부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여하튼 올해 슈퍼볼 생중계에도 어김없이 걸작광고들이 많이 선보여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그중에서도 에드크리틱닷컴이 네티즌들의 실시간 투표를 통해 선정하고 있는 올해 최고의 슈퍼볼 광고들 중에는, 맥주회사인 버드와이저가 새롭게 선보인 4편의 광고들이 빠지지 않고 선정되고 있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Wazzup?”이라는 흑인식 인사말을 코믹하게 내지르는 일련의 젊은 흑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로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버드와이저가, 이번에도 그 컨셉을 스스로 패러디한 광고들을 선보인 것이 적중한 것. 그 4편의 광고 중에서도 젊은 백인들이 버드와이저를 들고 서로에게 전화를 해 “What are you doing?”이라는 백인식 인사말을 서로 건네는 광고는, 단연 이번 슈퍼볼 광고들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고 있다. 참고로 버드와이저의 홈페이지에 가서 ‘Wazzup?’의 한국말 버전을 선택하면, “뭐해?”라는 인사말을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황소들을 좁은 길에 풀어놓음과 동시에 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열심히 도망가는 서유럽 한 마을의 전통행사를 패러디해, 다람쥐들을 풀어놓고 사람들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능청스럽게 “이 동물 때문에 많은 친구를 잃었다”라는 한 노인의 인터뷰까지 삽입한 IT솔류션 업체 EDS의 광고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광고는 ‘경쟁회사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섭게 달려드는 황소가 아니라, 실은 별것 아닌 다람쥐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또한 다른 닷컴들과는 달리 끝까지 살아남아 올해 슈퍼볼에도 광고를 선보인 온라인 증권사 E*Trade의 경우, ‘닷컴의 묘지’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닷컴들의 잔해물들 사이를 여행하는 한 침팬지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현명한 투자를 조언하는 “It’s your money”라는 맺음말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인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편 슈퍼볼 생중계 중간에 “마지막이 될 이번 슈퍼볼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십시오”라는 자막과 함께 폭파되는 백악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 마케팅의 역사에 한장을 기록한 <인디펜던스 데이>의 신화를 재현하기 위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광고도 여러 편 선보였다. 그중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미국에서 올 5월11일 개봉예정인 유니버설의 <미이라2>(The Mummy Returns).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특수효과들을 더욱 발전시켜, 치열한 전투신들을 선보인 것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였다. 또한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고 다시 렉터 박사로 돌아온 앤서니 홉킨스와 호흡을 맞춘, <한니발>도 2월 초 미국 개봉을 앞두고 전편과는 또다른 음산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광고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올 슈퍼볼에서 광고를 선보인 영화들로는 주연인 스티븐 시걸의 액션을 강조한 뻔해 보이는 영화 , 한 뛰어난 해커를 시켜 정부의 비밀 자금을 낚아채려는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존 트래볼타 주연의 , 그리고 슈퍼볼이 있었던 주말에 개봉되어 흥행성적 1위를 했던 매튜 매커너헤이와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의 신화를 깨뜨릴 수 있는 수준에는 모두 턱없이 모자랐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여하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어디서든 이 광고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세계시장을 이끌어 가는 이들이 어떤 광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 더불어 TV광고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광고들과 이 슈퍼볼 광고들을 비교해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에드크리틱닷컴 슈퍼볼 특집
http://superbowl.adcritic.com/
▶슈퍼볼에드닷컴 홈페이지
http://www.superbowl-ads.com/
▶버드와이저 ‘Wazzup!’ 광고 시리즈 공식 홈페이지
http://www.budweiser.com/whassup/index.html
▶<미이라2>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mummy.com/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bandee@channel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