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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근의 부산유랑기 6
2006-10-18

차이밍량 선생님의 수업시간

자신의 영화 티켓들을 들고, 한 서점으로 들어간 차이밍량.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아주머니에게 다가간다.“저는 차이밍량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시간되시면 제 영화 보실래요?”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잠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가 내민 영화표를 산다. 하지만 그녀가 영화표를 사 준 이유는 차이밍량을 알고 있거나,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가 불쌍했기에 동정심이 발동했던 것 뿐이었다.‘나의 인생, 나의 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과는 상관없이, 그의 마스터 클래스는 이처럼 우울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마치‘표를 팔아 영화를 찍는다’는 말이 ‘피를 팔아 영화를 찍는다’는 말로 들릴 만큼 우울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차이밍량의 얼굴은 오히려 밝아보였다. 단지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그의 헤어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관객들과 소통되어지길 바라고 있었고, 직접 자신의 몸으로 그 돌파구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수많은 악조건들이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하고, 부드러워지게 만든 것 같았다. 그의 우울한 이야기와, 그럼에도 밝아 보이는 그의 표정.. 그 상반된 이미지가 묘하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차이밍량 선생님의 수업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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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근/ '와이드앵글' 상영작 <도둑소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