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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의 방향과 긴장감은 편집에서 비롯된다
2006-10-17

제1회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편집 마스터클래스·편집 클리닉 지상중계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다큐멘터리 제작을 적극 지원한다. 올해 첫번째 행사를 가진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sian Network of Documentary, AND)는 영화제 기간 중 10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에 걸쳐 AND 펀드 시상식, AND 미팅, AND 편집 마스터클래스, D-나이트 등의 행사를 가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을 맡고 있는 홍효숙 프로그래머의 총괄책임하에 아시아의 다큐멘터리영화제 관계자들이 AND 자문위원회에 참여, 1억3천만원의 펀드로 지원할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선정해, AND 펀드 시상식을 통해 서동일, 백연아, 펭 얀, 마나 라비이를 비롯한 감독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AND의 목표는 단순한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다큐멘터리가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반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결국 좋은 주제의식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게 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각 2회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편집 마스터클래스와 편집 클리닉 행사를 통해 아시아 다큐멘터리 영화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아시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10월13일 금요일 오후2시에 해운대 파빌리온 컨퍼런스룸에서 있었던 ‘AND 편집 마스터클래스1’은 일반 관객들과 국내외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편집에 관한 강의를 듣는 자리였다. 이날 강의는 10년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총 200여편 편집한 경력이 있는 대만의 첸포웬 편집감독이 진행했다. 그는 개인적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편집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효과를 낳는지에 관해 2시간에 걸쳐 강의했다. 그는 편집이 수백시간에 달하는 촬영분을 적절히 취사선택하는 능력까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극영화는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지만, 다큐멘터리는 촬영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다큐멘터리의 편집은 이야기를 잇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편집철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마스터클래스에서 첸포웬 편집감독은 편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었거나, 개선할 점이 있었던 영화의 일부분을 편집 전과 편집 후로 나누어 보여주었다. 그는 또한 편집은 영상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음악과 음향효과에까지 미치는 분야임을 강조했다.

10월15일 오전 10시에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 ‘편집 클리닉1’은 AND 펀드 지원을 받은 감독을 대상으로 한 1대1 상담 프로그램이다. 이 강의에는 백연아, 서동일, 박미선 감독을 비롯한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 다섯 명과 대만의 첸포웬 편집감독을 비롯해 제인 유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어, 영어, 한국어로 진행된 이 행사는 단순 편집 기술보다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찍을 것인가의 문제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 감독들의 전작을 미리 대만에서 보고 온 첸포웬 편집감독은 각 영화의 구성방식이나 편집등에 대해 마주앉아 개별 상담을 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그 상담 내용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전작이 없는 경우에는 현재 촬영중인 작품, 혹은 촬영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해 상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첸포웬 편집감독의 설명이 끝나고 나면 감독들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다큐멘터리에 극적 요소를 가미한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다큐는 사실을 찍은 것이며,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극적 긴장감을 주는 편집을 택한다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르포 형식으로 모든 걸 말로 설명하려 하지 말고 대상과 주제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상적 장면들을 삽입하는 것은 다큐멘터리에 리듬을 만들 수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10시부터 12시까지로 예정되었던 이 행사는 오후 1시30분까지 계속되어, 참가자들의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제인 유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촬영이나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편집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 AND 첫 해 교육행사를 편집 중심으로 꾸렸다. 금전적인 지원만큼이나 다큐작업을 하는 감독들, 전문가들간에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