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에 갔다. 함께 갈 사람이 없어 혼자 갔다. 그 곳엔 굉장히 큰 스크린이 있었고,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TV에서만 보던 레드카펫도 깔려 있었다. 나는 (물론, 당연히) ‘레드카펫’대신 ‘보도블록’을 통해 나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양쪽에 있는 큰 화면엔, 레드카펫을 통해 등장하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놀라웠다! 모두들 TV로 볼 때랑 너무 똑같이 생겼다.
잠시 후,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이 너무도 많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도, 하늘에서 터지고 있는 수많은 축포들도, 이처럼 많은 연예인들을 직접 보는 것도,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크고 화려했다. 무대도 화려했고, 축포도 화려했고, 사람들도 화려했다. 그런데 왠지 현실감이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개막식이 끝난 후, 잘 곳을 찾아 동네 찜질방을 찾았다. 텅 빈 탈의실의 TV 속에선 방금 보고 온 영화제 개막식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곳에서도 개막식은 크고 화려했다. 목욕탕에 들어서니 할아버지 한 분만이 열탕에 몸을 담그신 채 독서를 하고 계셨다. 할아버지와 함께 열탕에 몸을 담궜다. 눈을 감으니, 온 몸에 온기가 돈다. 그제서야 텅 비었던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