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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현장
최하나 2006-10-14

“주변의 모든 상황들을 항상 관찰해라”

김지운 감독

“10년간의 백수 생활이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세미나룸을 가득 채운 100여명의 청중들이 눈을 빛낸다. 간간히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다가도,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열기가 방 안의 공기를 달군다. 10월13일 해운대 한화리조트에는 예비 영화인들에게 의미 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김지운 감독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영화 세계, 창작관을 강의하는 ‘김지운 마스터클래스’가 열린 것. 이날 행사는 KT&G 상상메이킹 참여자들로 구성된 PIFF 상상참관단을 위해 준비된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씨네21> 이성욱 기자의 사회로 오후3시부터 2시간 반 가량 진행됐으며, 참가자 전원에게는 김지운 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담배 ‘시즌’의 한정판이 증정됐다.

“늘 나는 왜 이렇게 야심이 없을까, 고민을 해왔다. 생각해보면 이게 다 백수 생활에서 비롯된 여유같다. 할 일이 없어 발로 방의 크기를 쟀던 적도 있다.”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며 강연을 시작한 김지운 감독은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나만의 삶의 형태와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맨눈으로 보라’는 홍상수 감독의 말처럼 독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작자로서의 감수성을 훈련하기 위해 김지운 감독이 제안한 방법은 일상 속에서 늘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나의 비밀은 선글라스”라고 운을 뗀 그는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항상 주변의 모든 상황들을 관찰한다”며 “사람에 대한 호기심, 사람들이 보여주는 예측 불가능한 표정들에 대한 애정”이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진 <달콤한 인생> DVD 상영과 코멘터리는 김지운 감독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과도 같았다. 영화 속 장면들을 선택해 한 컷 한 컷의 의미와 제작 과정을 치밀하게 설명하던 그는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현장에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큰 그림만을 준비한 후, 현장에서 모든 오감을 열어놓고 작품을 완성해간다”며 현장에서의 집중력을 강조했다.

열띤 강의만큼 질의응답 시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렌즈 선택에 관한 질문에 “렌즈의 느낌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콤한 인생>은 표준렌즈에서 점차 망원렌즈로 변화를 줌으로서 정서의 변화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고 대답한 김지운 감독은 촬영, 사운드, 미술 등 각 분야에 대한 꼼꼼한 설명을 이어나갔고, 참가자들은 강연이 예정된 종료 시각을 훌쩍 넘어설 때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놓았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지운 감독이 들려준 것은 “마음 속 깊이 새겨둔” 마틴 스코시스 감독의 일화. “누군가 CG위주의 영화들이 발전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중요한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영화가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 인간의 마음을 향해 있음을 역설하는 김지운 감독에게 참가자들은 진심 어린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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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태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