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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근의 부산유랑기1, 10년 전, 아픈 첫 경험
2006-10-13

꼭 10년 전 일이다. 21살이던 나는, 총 5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16mm 단편영화 하나를 만들었다. 누나와 예비 매형을 주연배우로 기용해 만든 가내수공업적인 영화였다. 첫 영화였고, 운 좋게 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일반관객에게 나의 영화를 보여준 경험은 전무했기에 그 ‘첫 경험’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마침내 상영일이 다가왔다. 내 영화 상영에 앞서 다른 단편영화들이 상영되었다. 35mm 필름으로 찍었는지 와이드한 스크린을 가득 메운 그 영화들은 화려하고, 뭔가 있어보였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드디어 내 차례. 입 속의 침만 꼴딱꼴딱 넘어간다. 잠시 후, 저 멀리서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얼라려? 영화가 너무 초라했다. 넓은 스크린을 가득 메우던 앞의 영화들과는 달리, 내 영화는 커다란 스크린 위에 외로이 떠 있는 작은 돛단배 같았다. 16mm 필름의 화면은 너무나 작았고, 집에서 믹싱한 사운드는 특유의 ‘가내수공업’적인 느낌이 도드라졌다. 객석에선 간간히 ‘피식’거리는 웃음소리만 들렸다. 영화를 보는 10분 내내 빨리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도했다. 처음엔 다 그렇다지만, 나의 첫 경험은 너무나 아프게 흘러갔다.

그 뒤로 10년 만에 다시 부산에 오게 됐다. 그동안 군대 가느라, 회사 가느라…. 그리고 아픈 첫 경험의 기억이 떠올라 찾아오질 못했었다. 이번엔 부디 안 아프길…. 민용근/와이드앵글 상영작 <도둑소년> 감독

민용근/와이드앵글 상영작 <도둑소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