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다른 남자를 생각한다.” “여러 남자와 사귀었지만 여자와 사귄 적도 있다.” “집단 섹스를 해본 적이 있다.” 충격적이고 솔직한 고백들이 눈 앞에서 이어진다. 웃고 찡그리고 때로는 말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는 영화 막바지가 되자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 털어놓는다. 영화가 끝나고도 관객들은 그들의 고백이 진실인지 연기인지 혼란스럽다.
칠레 출신 감독 크리스티안 바르베의 <나는 진실하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5월 2일 오후 6시 45분 메가박스 9관에서 열렸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대표해서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첫번째 질문을 던졌다. “이 영화에서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다큐멘터리인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섞어서 구성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전혀 없고, 100% 픽션이다. 출연한 모든 사람은 연기자였고 그들에게는 각본이 있었다. 나는 다른 느낌의 리얼리즘을 시도하고 싶었다”는 말로 관객들을 다소 놀라게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하며, 그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어놓고 작업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이 특히 궁금해 한 카메라 배치와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말하는 이들로부터 카메라가 얼마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였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사람이 카메라를 향해 고백을 하고 그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이 영화에서는 카메라가 관음증적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거나 제3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성공적이었느냐는 관객의 판단”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10년 동안 런던에 살면서 느낀 것은 “진실이란 무엇인가, 과연 그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세상은 외양으로 이루어지고 우리는 그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가”라는 회의감이었다고 말한 감독은 “영화에서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픽션인가 하는 점을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티안 바르베 감독이 “27명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칠레 사람인 주인공이 스페인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이 작품은 2부작 가운데 1부로, 프로그램에 실린 사진은 영화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면서도 매력적인 장면을 감독이 직접 2부에서 골라 실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