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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전주를 통해서 본 지역 영화의 가능성과 과제
김나형 정재혁 2006-05-03

불타는 가시밭길을 넘어서, 지역을 딛고 지역을 넘어서

전주에서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는 함경록 감독. 서울미디어센터에서 슈퍼 16mm 카메라를 빌리기로 했다. 그러나 카메라를 가져오고 반납하는데 이틀이 소요됐다. 실제 촬영기간은 7일에서 5일로 줄어들었고 고속도로 통행료, 주유비 등의 부가비용도 50만원이나 발생했다. 이후 함 감독은 서울에서 장비 빌려오는 일을 포기했다.

진영기 감독 역시 전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농구 영화를 찍으려 HD 카메라 6대를 구했지만 막상 촬영 감독이 1명 뿐이었다. 감독 자신도 카메라를 잡기로 했지만 여전히 4대의 카메라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석대에서 촬영을 전공한 장아람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충무로로 옮겨갔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을 염려해서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이 몇 안될 뿐더러 상업영화 촬영 현장은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현장에서 일하면서 돈도 벌고 경력도 쌓으려면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로컬 시네마 전주’ 섹션을 신설했다. 전주지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들을 지지하고, 지역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들을 조명하고자 함이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시밭길이라면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일은 불타는 가시밭길이다. 대부분의 영화적 역량이 서울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에도 있을 것은 있다. 대학에도 기자재가 갖춰져 있고 전주시민미디어센터(영시미)와 전주영상진흥원에는 HD 카메라, 렌즈 등의 촬영 장비와 후반 작업을 할 수 있는 편집실이 있다. “오히려 기자재는 서울보다 지방이 많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지역 영화가 가지는 어려움이 단순히 하드웨어적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감독들도 디지털로 작업하자면 오히려 서울보다 환경이 낫다고 말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적어 기자재 사용과 지원금을 받는 데 있어 경쟁도 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장점인 동시에 함정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감독과 학생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적인 연기를 해 줄 배우도, 촬영이나 조명 등을 담당할 스탭도, 편집·믹싱·색보정 등의 후반 작업을 해 줄 전문가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전문 스탭과 배우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어 독립영화 촬영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그들과 친분을 맺기도 어려울 뿐더러,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짬을 내어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곳 감독들은 전문인력보다, 학교 학생들과 감독의 일인다역에 의존한다.

진영기 감독은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지적을 한다. 지역 영화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지 ‘지역에 머무르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 영화도 독립영화로서, 감독의 역량을 입증하고 다른 독립영화들과 경쟁해야 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현재 시스템은 영화의 퀄러티를 떨어뜨린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작업을 하다보니 견문도 좁아진다. “독립영화가 목표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장편을 찍어서 극장에 걸려는 것 아니겠나. 찍고자 하는 영화의 규모가 조금만 커지면 지방에서 만드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니 다들 서울로 가는 거다.” 우석대 4학년 장일식씨의 말대로 인력의 한계 때문에 있던 사람들마저 빠져나가는 악순환은 지역 영화가 가장 걱정하는 미래다.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지역 영화를 지원할 때는 보다 지역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지역 영화인들의 고민보다 산업적 필요성에 의해 영상관련 사업을 유치하는데, 단순히 규모에 의한 지원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주 지역으로 서울의 영화 작업들을 끌어들여) 대학의 영화과와 영상센터에 있는 기자재를 이용하게 하고, 영화과 학생들을 그 스탭으로 연결해주는 식의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 가진 소스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두 개의 카테고리 안에 놓여있는 일이다. 지역영화와 독립영화. 서울에선 주류가 아닌 영화에 대한 지원책을 비교적 일괄적으로 구상할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주류와 비주류, 지역성의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승환 사무국장은 지역 문화가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담기려면 “영화를 지역 미디어와의 연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지역 방송이 지역적 콘텐츠를 항상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지역 영화에 있어 지역 방송은 하나의 상영 매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이와이 순지 감독은 지역의 한 방송국에서 단막 드라마를 찍었고 이를 계기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지역 방송이 영화의 배급망으로 기능한 예다.

전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어 있는 곳이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서 전주시민영화제, 전북여성영화제 등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만 5개고,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지프테크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체들은 고질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고 조직의 안정성도 약해서 거시적 관점에서의 영상 관련 프로젝트가 불가능하다. 조영각 위원장은 “일정 정도의 독립영화가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제작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형태의 독립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다 실현가능한 지원제도와 보다 효율적인 배급망 구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 보다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당장의 해답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이것이 불타는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방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JIFF newly organized 'Local Cinema in Jeonju' this year. It is to support local independent films produced in Jeonju area and to focus on the directors who continue making films in the region. If producing independent films is generally said to thread a thorny path, then producing independent films in provinces is to thread a ‘burning, thorny path’. This is because most of the filmic capacity is concentrated in Seoul. Of course there are equipments ready for shooting in provinces too such as lenses, camera equips, and editing rooms at Jeonju Citizens Media Center and Jeonju Film Council, as well as equipments in universities. Cho Young-gak, the 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 director, comments that the problem regional films face is not merely hardware-related. Other directors even say that for shooting with digital equipment, it is better to shoot in provinces than in Seoul. The reason is that there are fewer people who make films and therefore there is less competition for getting financial support.

Directors and students living in provinces all agree that the 'lack of people' is the most urgent problem. There are no professional actors, no staffs for camera, lighting, or post production. As a result, directors rather depend on students and directors' multi-task roles. Director Jin Young-gi gets to the point of the problem. Local films are ‘films produced in local areas’, not ‘films that remain local’. Local films, too, need to prove director's capacity and compete with other independent films. The current system, lacking of professionalism, demeans films. A vicious circle, losing staffs because of the lack of staffs, is the most concerned future of local films.

Won Seung-hwan, president of Association of Korea Independent Film and Video, emphasizes the need for local consideration when supporting local films. Most local self-governing systems organize media businesses by industrial need rather than by the concerns of local filmmakers. This is of no use. "Support for the connection between film projects from Seoul and Jeonju is needed." He stresses that local resources need to be utilized.

President Won says that the viewpoint of looking at films through local media is necessary to imply the local culture in films. Regional media can be part of a medium for local films, considering the fact that the local media is always in need of local contents. For instance, director Iwai Shunji from Japan debuted to films after shooting a short TV drama. It shows the possibility of the local broadcasting connection to film.

There are more infrastructures in Jeonju compared to other regions of Korea. There are 5 film festivals held each year such as the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JIFF), Jeonju Citizen Film & Video Festival (JCFF), Jeonbuk Women’s Film Festival, and also JIFF Theque, where films are screened for free. However, these organizations are suffering from financial difficulties and film-related projects are impossible from a macroscopic point of view. President Cho Young-gak stated that in order for independent films to be produced with stability in the region, there is a need for stable independent organizations. There is a need for a more realistic financial support system, a more efficient distribution system, etc. Although it may be hard to find a solution at present, this could be at least a solution to walk through the ‘burning thorny path’.

사진 소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