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 COMA 공수창/ 한국/ 2006년/ 250분/ 한국영화의 흐름
인부들이 병원 지하실의 잠긴 문 앞에 섰다. 간호원이 뛰어와 그 문은 열면 안 된다고 소리치지만 아랑곳 없다. 문이 열리고, 수술실이었던 듯한 방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다. 간호원은 두려운 기억을 떠올린 듯 몸서리를 친다. 그리고 젊은 보험사 여직원이 병원에 도착한다. 언제부턴가 쇠락하기 시작하여 결국 문을 닫게 된 이 병원에 환자가 딱 한명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 이소희는 연고도 보호자도 없는 환자다. 병원장은 보험사 직원에게 이소희의 이송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녀는 매정하고 싸늘하다.
OCN, 시오필름이 공동제작한 TV영화 <코마>는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의 총지휘로 제작된 공포 5부작이다. 조규옥, 유준석, 김정구 세 감독이 에피소드 하나씩을 담당하고 공수창 감독이 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이루는 에피소드를 맡았다. 보험사 직원, 간호사, 형사, 미술학도, 의사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어 5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은 과거 병원에서 일어난 실종사건과 의료사고,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환자를 둘러싸고 그물처럼 관계를 맺고 있다.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그들의 사연이 거듭될 때마다 숨겨진 진실이 퍼즐처럼 드러난다. 광기로 못할 짓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해 온 자들은 불길한 병원에서 차례로 심판을 받는다.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 속에서 네 감독은 각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공수창 감독의 두 에피소드도 서로 분위기가 다르다. 첫 에피소드 <생일파티>가 건조한 느낌이라면 마지막 에피소드 <의사, 장서원>은 광기에 접근한다. 조규옥 감독의 <틈>은 짙은 피냄새를, 유준석 감독의 <목걸이>는 묵직함을 내비친다. 김정구 감독의 <붉을 홍>은 다섯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인 호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