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로컬 시네마 전주’ 섹션을 신설했다. 전주지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들을 지지하고, 지역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들을 조명하고자 함이다. 전주 지역에서 열리는 4개의 지역영화제(청소년 꿈틀영상제, 퍼블릭 엑세스 영상제, 전주시민영화제, 전북여성영화제)의 추천을 받아 <가수 요제피나-혹은 쥐의 일족>, <장마>, <헬프 미>, <홍시>, <나의 가족> 5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영화제 프로그램팀 조지훈 팀장은 “첫 걸음인 만큼 신작에 한정짓지 않고 최근 1,2년 동안 제작된 작품들을 모았다”며 내년부터는 최신작 중심으로 섹션을 꾸릴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새로 생긴 섹션임에도 인터넷 예매분이 매진되었고, 관객 대부분은 자리를 뜨지 않고 감독들과 질의 응답을 가졌다. 대전 지역 연극영화과 학생 20여명이 객석을 채우기도 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질문부터 감독의 스타일과 촬영방법에 대한 질문, 독립영화의 장단점, 지역에서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까지 다양한 질문과 답이 오갔다.
<장마>, <가수 요제피나-혹은 쥐의 일족>의 함경록 감독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느냐는 질문에 카프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수 요제피나…>를 만들었다며 “소설을 읽던 당시가 선거철이었는데, 한 할머니가 박근혜의 손을 잡고 우는 것을 보고 박정희라는 존재가 아직도 살아있음을 느꼈다. 독재자도 어떤 집단에서는 미화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수 요제피나…>는 쥐 집단에서 유일하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여가수의 얘기로, 무슨 뜻인지도 모를 그녀의 노래를 숭배하던 쥐들이 그녀의 노래가 자신들의 찍찍거리는 소리와 똑같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헬프 미>의 김문흠 감독은 전북 진안 출신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큰데, <헬프 미>는 시골 길이 나온다는 정도지 지역 특색을 반영하지는 못했다. 내가 사는 곳을 어떻게 영화에 녹여낼 것인가 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헬프 미>를 비롯, 자신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온 배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둘은 오랜 지인이라는 설명이다.
염전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담아낸 진영기 감독(<나의 가족>)은 “영화를 찍기 전 사이트에 하루 종일 앉아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본다. 언제 어떤 방향에서 찍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사이트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가 끝나고 곧 새 작품 촬영에 들어갈 예정. 내년에는 단편영화 섹션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조지훈 프로그램팀 팀장은 “이 영화들을 지역영화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작품 자체로 평가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