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키드에요." 전주영화제 사무국 직원은 이동현씨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프지기(전주영화제 자원봉사자)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동현씨는 지프지기의 모집, 선발부터 관리와 배치까지를 두루 담당한다. 2004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학교까지 휴학하고 서울여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에서 스탭으로 일하며 영화제에 '올인'해 왔다. "작년 전주영화제에 관객으로 왔을 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정말 친절해서 깜짝 놀랐고,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는지 궁금했어요." 결국 부산영화제가 끝난 뒤 전주영화제에서 스탭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주에 와서 일단 방부터 얻고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전주영화제는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기획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벌여놓은 일이 많을 때는 하루에 한시간도 못 잤는데 요즘엔 세시간이나 잘 수 있다며 웃는 이동현씨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다. 그는 전주영화제를 찾는 손님들에게 당부한다. "전주영화제는 다른 어떤 영화제보다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니까 마음껏 즐기세요. 그리고 꼭, 정시 입장을 지켜주세요." 단 1분만 늦어도 입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상영장의 지프지기들과 관객들 사이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영화제가 폐막하고 나서 깜깜한 길거리에 축 처져 앉아 있을 때의 "뭔가 끝냈다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군 입대 전 마지막 시간까지 전주에서 불사르고 있다는 이동현씨. 영화가 좋아서 영화제 일을 시작했다가 '축제'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그의 마음은 아마도 전주영화제 모든 지프지기와 스탭들의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