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패미컴과 함께 보냈던 올드 게이머라면 <닌자 용검전>이라는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모바일 게임만도 못한 조악한 그래픽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로선 나름대로 화려한 비주얼과 드라마틱한 연출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그 게임은 또한 극악의 난이도(특히 2편)로도 유명했는데, 필자의 경우 두 번째 스테이지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좌절하던 중 게임 잘하는 친구가 마지막까지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엑스박스용으로 발매된 <닌자 가이덴>은 그런 <닌자 용검전>의 후속작으로 제작된 액션 게임이다. 첫 시리즈가 제작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만큼 그래픽과 사운드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되었는데, 눈부신 3D 영상으로 펼쳐지는 정교한 닌자 액션은 엑스박스용으로 제작된 다른 게임들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도 콘솔 게임기용으로 만들어진 게임들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닌자 가이덴>은 뛰어난 그래픽과 잘 짜여진 구성을 가진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플레이스테이션 2에 비해 보급대수가 적은 엑스박스용 게임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그보다도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고난이도를 그대로 계승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보통 과거의 2차원 액션 게임들이 3차원 방식으로 이식될 경우 난이도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유도는 높아질지언정 시야 확보와 조작에 있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게임 제작사가 게이머들을 위해 적당히 배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당장 과거의 2D 게임을 해보면 어렸을 적 쉽게 클리어했던 게임들이 말도 안 되게 어려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닌자 가이덴>은 어지간하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최근의 액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장에 ‘이지 모드’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액션 게임에 소질이 없는 게이머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인공지능 주제에 잔머리를 굴려가며 공격해오는 졸개들을 물리치고 첫 스테이지의 보스와 맞닥트리는 순간 바로 좌절해버릴 정도. 어찌나 공격과 방어가 철저한지 격투 게임의 강자와 마주쳤을 때의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제작사인 테크모는 격투 게임 시리즈로 잔뼈가 굵은 회사다).
회복 아이템에 의지해가며 겨우겨우 첫 스테이지를 넘긴 뒤 이어지는 난관들을 극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닌자 가이덴>이라는 게임이 단순히 어려운 게임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개 졸개 캐릭터이건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보스이건 인정사정없이 덤벼드는 적들을 상대하다보면 어느덧 게이머의 실력 또한 그에 못지않게 올라간다. 갖은 노력을 해가며 익힌 필살기로 강적을 쓰러트렸을 때의 쾌감. 그것이 바로 <닌자 가이덴>의 매력이다.
그런 식으로 본편의 난이도 정도는 가뿐히 여기게 된 게이머들을 위해 제작사는 발매 이후에도 꾸준히 고난이도의 확장팩 다운로드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게임을 내놓는 제작사와 그에 질세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게이머들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발매한 <닌자 가이덴 블랙>은 그 최종 완성형인 타이틀이다. 새로워진 이벤트와 아이템, 무기 등의 추가로 잔재미를 더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의의는 오리지널판을 능가하는 난이도에 있다. 오리지널판의 ‘베리 하드 모드’를 무색케 하는 ‘마스터 닌자 모드’와 40여 가지의 미션 모드는 고수급 게이머들에 대한 제작사의 새로운 도전장이다.
<닌자 가이덴>을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게임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최강의 액션 게임이기 때문이다. 선뜻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할지라도 <닌자 가이덴 블랙>에 새롭게 마련된 초보자용 ‘닌자 독’ 모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패드를 놓지 않는다면 어느새 신출귀몰한 닌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제목: 닌자 가이덴 블랙 장르: 액션 어드벤쳐 플레이 인원수: 1인 기종: 엑스박스 배급사: CJ 조이큐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