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PPL로 투자 좀 받을 걸 그랬나봐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난다. <대작>과 <7과 1/2>은 모두 ‘술’과 청춘의 상관관계를 풀어가는 이야기. 마시면 마실수록 술이 나를 마시는지, 내가 술을 마시는지 모르는 것처럼 자칫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청춘의 한 단면일 것이다. 술이 중심소재이다 보니, 부산의 명물 ‘시원소주’는 프레임의 이곳 저곳에서 등장한다. 소주회사 관계자가 본다면 광고계약하자며 달려들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들의 현장은 술냄새가 아닌 땀냄새로 가득했다.
술 잘먹는 게 자랑이야?
<대작> 현장
“왜 하필 지금 오셨어요?” 촬영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술취한 주인공이 오바이트 하는 장면을 방금 찍었기 때문. 비닐로 깔린 바닥과 책상에는 이미 정교하게 제작된 토사물이 널려져 있었다. 카레, 밀가루, 토마토 주스, 라면 그리고 새우맛 과자까지 넣어서 만든거라고. 그러나 농도 배합이 잘 안된 탓인지 배우인 김인배 씨는 “밀가루 맛이 너무 강하다”며 투덜거린다. <대작>은 부질없이 승부욕만 가득한 남성성을 풍자하는 영화. 주량이 비슷한 세 친구가 어느날 ‘대작’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장을 정리해야할 제작부는 곳곳에 묻은 토사물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게 대체 뭐라고 쩔쩔매?
<7과 1/2> 현장
“소주를 원래대로 돌려줘!” 요트경기장 어느 한켠에서 한 남자의 절규가 들린다. 그가 들고 있는 소주병에는 이미 한잔을 미처 채우지 못할 양만 남은 상태다. 까짓거 한 병 새로 사면 되지 않나 싶었더니 이 소주가 그냥 소주가 아니랜다. 한잔씩 마실 때마다 소원을 들어주는 소주라고. 마법소주를 만난 비루한 일상의 남자는 점차 그 신비한 소주맛에 중독되어 비참한(?) 결말을 맞게될 예정이다. 강원구 감독은 항상 7잔 마시고나면 반잔만 남는 소주병의 아쉬운 특징에서 이야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남자배우의 범상치 않은 미모가 영화의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