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배연석 감독은 아르헨티나 교민 1.5세다. “지금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는 그는 가지고 있던 카메라로 초저예산 영화 <아르헨티나, 나를 위해 울어주나요?>를 만들었다.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실제 교민들. 1.5세 세명과 2세 한명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한국인의 집만 전문적으로 터는 강도와 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가 희망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민 1.5세는 실패했다. 그들은 교민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인만 만나며 산다. 그러나 2세는 다를 것이다.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티나가 연주를 끝마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 건 그때문이다”. 배 감독 또한 1.5세다. 86년에 이민갔던 그는 5년 뒤 적응하지 못한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열일곱살 나이로 아르헨티나에 혼자 남았고 방송일을 하며 교민과 현지사회 모두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민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 자신을 둘러싼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는 이제 새로운 영화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