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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다이어리>의 조아킴 사피뇨 감독
김도훈 2005-10-10

“한국도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지 않나”

조아킴 사피뇨 감독

<보스니아 다이어리>는 살륙의 현장 보스니아로 찾아간 한 남자의 다이어리다. 포르투갈 감독 조아킴 사피뇨는 데이튼 협정으로 내전이 종료된 1996년의 보스니아를 방문했다. 학살의 혈흔이 가득한 보스니아는 무덤처럼 싸늘한 장소였고, 포르투칼로 되돌아온 그는 “도저히 지난 기억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2년만에 다시 보스니아로 잡입했다. 단 한명의 카메라맨이 동행한 두 번째 여정에서 그는 “쌓인 눈 아래 어디에 지뢰가 있는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쓴 채” 카메라를 돌리며 텅빈 도시와 내전의 흔적들을 담았다. 하지만 <보스니아 다이어리>는 죽어 자빠진 고통과 울부짖음을 직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포탄을 맞아 부서진 박물관의 내부로 들어가 박제된 짐승들을 조용히 응시한다.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잘 봉합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2년전 <여경찰>이라는 영화로 부산을 찾은 적이 있는 조아킴 사피뇨는 과객의 과찬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부산에 대한 찬탄을 늘어놓았다. “나는 부산을 사랑한다. 관객들의 질문도 정말로 활기차고 깊이가 있다. 유럽은 이미 좀비처럼 죽어버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곳의 살아있는 열정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또한 이 영화가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갖는다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인들 역시 보스니아처럼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가 또다시 보스니아로 돌아갈까?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보스니아의 기억은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는 너무도 어려운 작업이다. 끝없이 필름을 소비했고, 그걸 88분짜리로 편집하는데만 5년이 걸렸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보스니아 다이어리>가 당신의 영화세계를 바꾸어 놓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조아킴 사피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짧게 화답했다.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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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