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는 아무나 하나 절대로 아는 사람이 없을, 외국의 낯선 거리를 걷는 일을 나는 즐긴다. 거리의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구도 나에게 말걸지 않고,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완전한 소외. 그곳에서 나는 완전한 이방인,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다. 지금 여기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제3자가 된다.
지금 이곳의 경제가 파탄나든, 정치가 엉망진창이든, 온갖 범죄가 일어난다 해도 죄의 희생양이라도 되지 않는 한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상황은 그렇게 자유롭다. 그것이 일시적인 여행이라든가, 혹은 의도하지 않은 망명이라면.
하지만 이방인이나 아웃사이더가 그리 쉽게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얼마 전 출간된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는 재일동포 작가가 쓴 성장소설이다. 조총련계의 민족학교에서 성장한 스기하라라는 소년이 일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 싸움이나 사랑, 그리고 죽음 등등이 그려져 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재일동포’는 일본사회의 이방인이다. 귀화하기 전까지, 그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다. 외국에 나갔다 오려면 ‘입국 허가’를 받아야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사회에서 성장하고, 일본말을 해도 그들은 일본사회의 아웃사이더인 ‘외국인’이다. 그런 그에게, 야쿠자 아버지를 둔 친구 가토가 있다. 야쿠자가 일본사회의 ‘실세’이긴 해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존재는 아니다. 어설프게 말한다면, 그들 모두 ‘어둠의 자식들’이긴 하다.
가토는 어느 날 스기하라에게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이 사업을 하자고. 가토의 논리는 간단하다.
“나나 너 같은 놈은 애초부터 약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구… 우리 같은 놈들이 이 사회를 헤쳐나가려면 정공법으로는 안 된단 말이야… 우리를 차별한 놈들에게 앙갚음을 해주자구. 나하고 너라면 할 수 있어. 나하고 너는 선택받은 인간이란 말이야.”
그 말에 스기하라는 간단하게 답한다.
“나하고 너는 닮지 않았어. 나하고 너는 달라.”
그 다음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가토는 납득한다. 아웃사이더인 척하는 것과, 아웃사이더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나중에 말한다.
“일본 사람으로 사는 것도 힘들어.”
물론 나름대로. 재일 한국인, 혹은 조선인으로 사는 것과 대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끔 외국에 나갈 때, 그런 편안함 같은 것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골치아픈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때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지만 결코 그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은 책임져야할 것들이 있고, 결국은 떠맡아야할 의무가 있으니까. 그래도 도망가고 싶기는 하지만,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싶지는 않다. 어디론가 망명이라도 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