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4분기로 예정되었던 HD DVD의 화려한 출범 계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막강한 컨텐츠를 보유한 스튜디오들이 차례로 출시 시기를 2006년 상반기로 재조정했기 때문이다.
블루레이 디스크와 차세대 DVD 매체 선정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HD DVD 진영은 올해 1월 소비자 가전 박람회(Consumer Electronic Show, CES)에서의 공식 발표를 통해 연말 성수기를 겨냥, HD DVD 진영에 속한 3개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화제작들을 대거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워너 홈 비디오와 파라마운트 홈 엔터테인먼트가 출시시기를 2006년으로 연기해 버린 것. 역시 HD DVD를 지지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홈 엔터테인먼트 역시 초도 출시할 타이틀의 수를 당초 16편에서 12편 정도로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상황 변화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4/4분기에도 활발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하드웨어 출시 상황. 스튜디오들이 발을 빼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이들이 내놓을 수십 편의 타이틀을 적절하게 지탱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반대로 하드웨어 업체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도시바를 비롯한 HD DVD 플레이어 생산 업체들은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차세대 DVD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있으며, 초도 출시될 플레이어의 가격 역시 1,000달러(한화 약 101만원)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또 하나는 HD DVD 진영과 블루레이 진영의 막판 협의 가능성. HD DVD가 먼저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긴 했으나 매체 규격이 제대로 통일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어느 진영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블루레이 디스크의 연이은 독주다. 만만찮은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인 20세기 폭스가 블루레이 디스크 지지를 공식 표명했고, 동시에 BD+와 ROM 마크라는 새로운 복제방지 기술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법복제나 온라인상의 동영상 공유로 막대한 매출 손실을 입고 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더욱 정교한 복제방지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HD DVD를 주도하는 도시바의 컨설턴트이자 미국 DVD 업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 워너 홈 비디오 사장 워런 리버팝은 “도시바가 앞서고 있다”며 HD DVD 진영의 위축설을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차세대 DVD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더욱이 HD DVD와 블루레이 진영의 계속되는 대립 양상이 소비자들에게 혼돈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