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장 참신한 게임으로 꼽혔던 <괴혼 ~ 굴려라 왕자님!>의 속편 <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이 발매됐다. 히트 게임의 속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워낙 기발했던 전작에 이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남다른 기대를 가지게 한 게임이었다.
일단 게임 방식은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 우주의 카리스마 ‘아바마마’의 아들 ‘왕자님’이 공을 굴려 주변의 사물을 갖다 붙이는 로맨틱 접착 액션 게임이다. 전작을 안해본 사람들을 위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간단한 조작으로 화면 속의 공을 굴리게 되는데 그 공은 뭐든 붙일 수 있는 공인지라 지우개, 연필, 건전지 같은 도구들을 합체시켜 크기를 키울 수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붙이다 보면 어느덧 눈덩이처럼 불어나 집도 절도 사람도 집어삼키게 되고 급기야는… 어디까지 가는지 직접 해보면서 확인하길 바란다.
그런 게임이 뭐가 재밌는지 의심스러운 사람은 어린시절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리던 기억을 떠올리기 바란다. 처음에 작았던 덩어리를 열심히 굴려서 거대한 덩어리로 만들었을 때의 뿌듯한 성취감. 그것이 바로 <괴혼>이 주는 손맛이다. 단순하지만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산물인 것이다. 게다가 게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키치풍의 엽기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마치 아이들 동화책을 보는 듯한 밝고 화사한 배경미술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게임의 진행은 자아도취적인 아바마마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의 느끼한 말투는 맛깔 나는 한글 번역으로 인해 게이머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음악 역시 이 게임 최대의 매력 중 하나. 일본의 내노라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한 배경 음악은 힙합, 스윙, 맘보 등 버라이어티한 레퍼토리로 게임의 흥을 돋궈준다.
<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은 그러한 전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림과 동시에 전작에서 부족했던 요소들을 보충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대폭 늘어난 게임의 볼륨이다. 전작보다 즐길 수 있는 배경도 많아졌고 또한 그 배경에서 플레이 가능한 게임 모드도 두세 가지씩 준비되어 있다. 시간제한 내에 얼마나 크게 굴리느냐, 혹은 정해진 크기를 굴리는데 얼마나 소요되느냐를 겨루는 방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 도전 요소가 준비되어있다. 그리고 전작들에는 없었던 기발한 배경들이 추가되었다. 과자로 된 집을 산산조각 내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스테이지’와 레이싱 게임으로 승부를 가리는 듯 하면서도 결국엔 레이싱장 전체를 집어삼키게 되는 ‘서킷 스테이지’가 그중 하나. 여기에 하늘과 바다까지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어 가히 육해공을 아우르는 갖가지 재미를 맛볼 수가 있다.
그 외, 추가요소들로는 전작에서 2인 플레이시에만 선택 가능했던 왕자의 사촌들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점과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아바마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점 등이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톡톡 튀는 배경음악들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또 따로 감상할 수 있게 해놓은 부분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게임이다(심지어 로딩하는 화면까지도 지루하지 않게끔 만들어 놨다). 게임의 그래픽은 언뜻 보기에 단순하지만 처음에 한정적이던 공간과 세계를 부드럽게 확장시키기 위해 최적화시킨 것으로 여겨지며, 경쾌한 색조화로 인해 볼수록 정감이 느껴진다. 일본어 원제(‘모두가 좋아하는 괴혼’)처럼 <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은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개성만점의 대박 속편이다.
제목: 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 장르: 로맨틱 접착 액션 플레이 인원수: 1~2인 기종: 플레이스테이션 2 배급사: SC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