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많은 집들 중에서 하필이면 저주받은 흉가로 이사 온 매튜와 제니퍼 부부. 결국 그들은 다락방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영화 속에서는 토시오의 유령에게 공격당하는 매튜의 모습만 나올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는 자세히 묘사되어있지 않다.
삭제장면을 보면 이후 그 집에 매튜의 여동생 수잔이 찾아오는 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오빠 부부는 보이지 않고 집안 곳곳이 어질러진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데, 사실 그 때 매튜는 3년 전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남자 사에키 타케오의 악령에 씌어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뒤 다락방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수잔은 2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부부생활에 열중하는 줄로 착각한다.
그리고 아내의 시체를 처리한 매튜는 수잔을 집밖으로 내쫓는데 그 순간 거울에 비친 것은 매튜가 아닌 타케오의 모습이다. 그리고 매튜는 과거의 타케오처럼 토시오를 벽장에 가두기 위해 박스 테이프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나중에 피 묻은 박스 테이프가 발견되는 것도 그 이유. 타케오의 악령이 여전히 집안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섬뜩한 장면이지만 공포의 존재를 가야코와 토시오로 집중하기 위해 삭제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
그런데 엉뚱한 외국인들에게까지 폐를 끼치는 사에키 집안 사람들의 과거는 어땠을까? 이 역시 삭제장면 가운데 극장과는 다른 또 다른 엔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야코와의 처절한 사투 끝에 앰뷸런스로 실려 나온 카렌은 갑자기 밝아진 주위 환경에 놀라 눈을 뜬다. 바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 사에키 일가의 단란했던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경악하는 카렌의 모습과 뒤를 돌아 카렌을 바라보는 토시오의 모습이 인상적인 독특한 결말이다. 하지만 시사회를 본 미국 관객 중에는 이를 해피엔딩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사용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동서양 관객들의 입맛을 동시에 맞추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