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선명하고 진짜같은 화면이, 오히려 거짓처럼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HD카메라로 촬영한 <이엠알>의 대니 맥클러우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찍으려고” 선택한 ‘디지털’이 낳은 결과물이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며 스스로 만족스런 평가를 내렸다. 공동연출자인 제임스 얼스킨이 결혼준비와 TV영화 편집 일로 시간을 내지 못해 혼자만 전주에 왔다는 그는 관객들이 영화에 보인 호응을 덤덤하게 전하면서도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엠알>은 웹 서핑 중 발작을 일으킨 주인공 아담이 겪게되는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담은 영화다. 평소 코마에 빠졌다가 깨어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이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가 되었다고. 맥클러우 감독은 “그들이 무의식 속에서 인지하는 일들은 기억 속의 다른 것들을 끌어낸다”면서 영화를 현실에서 아담의 의식이 인지한 것들이 무의식이 결합하여 만들어 낸 것으로 풀이했다. 주인공의 행동과 의상, 장소 등을 통해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관객들에게 스릴러적 속성을 담은 이 영화가 매우 혼란스럽다는 말에, “어차피 한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이 논리적일 수 없다. 잘못 청구된 전화요금 장면 등은 관객들이 더 헷갈려하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들과의 작업은 얼스킨 감독, 기술적인 부분은 맥클러우 감독이 담당했지만, 한사람이 아플 경우 다른사람이 진행하고, 한쪽이 촬영중이면 다른 한쪽이 다른 장소에서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식으로 공동작업의 융통성을 발휘했다고. 그는 얼스킨과의 작업이 재미있다면서 “코엔 형제처럼 제작과 감독으로 파트를 나누어 앞으로 계속 공동으로 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