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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 감독들과 관객과의 만남

“일본 여배우가 3만엔 줄테니 찍자고”

관객과 만나고 있는 단편 감독들

같은 스크린에서 직전에 상영했던 제제 다카히사의 장편 <유다>가 객석을 쓸쓸하게 비운 채 끝났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한국단편의 선택, 첫 번째 카테고리 ‘씨네 다이어리’는 객석을 빈틈없이 메웠다. ‘씨네 다이어리’라고 명명한 것은 작품들이 갖는 사적인 성격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만의 사유방식이라든가 유독 사랑이란 테마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도드라졌다.

두 작품을 소개한 김종관 감독은 짧은 순간에 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이시키는 재능을 보였다. <영재를 기다리며>는 일본 여자(카나 하라다)가 한국에 와서 한국 남자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 작품. “영화제에서 만난 일본 여배우가 3만엔(30만원)을 줄테니 자신을 주인공으로 3분짜리 영화를 하루동안 찍자고 제안해왔는데 재밌겠다 싶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한 소녀에게 한 남자가 폴라로이드를 빌려주면서 사용법을 알려주는 단순한 이야기인데, 소녀의 얼굴에 담긴 미묘한 감정과 남자의 감춰진 얼굴과 무심한 어투 사이에서 쏟아지는 긴장의 밀도가 대단하다. 특히, 클로즈업은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당인리 발전소>는 서원태 감독이 “시각의 주관성에 대한 작품”이라며 “보고 느끼신 게 있다면 그게 맞는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다. 당인리 발전소를 20시간동안 겹치지 않는 100가지 앵글에서 촬영하고 보여준다. 도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인데 관습에 저항하기로치면 허기정 감독의 <첫번째 외출을 다루는 두 번째 장>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로 실험영화처럼 재구성하는데 감독은 “앞으로도 기억을 다루면서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넘는 작품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랑에 대한 유쾌한 소극이라 할 <도로 눈을 감고>의 김현필 감독은 “오랜 만에 다시 보니 눈뜨고 못보겠다. 너무 산만하다”고 해 객석을 다시 한번 웃겼다. 사랑과 영화 자체에 대한 또 다른 소극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의 윤성호 감독은 이에 질세라 “산만하다는 건 제 껀데”라며 “35mm로는 처음 만든 건데 개성있는 실패”라고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는 자평을 하기도.

사진 소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