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영화 <하야트>의 감독 골람레자 라메자니는 터질 듯한 가방 안에서 자료와 사진, 영어로 된 이란영화잡지를 꺼냈다. 잡지는 기자에게 주는 선물, 사진은 <하야트> <플레이>의 현장기록이다. 깨끗한 얼굴의 아이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고 그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주고 싶어서” 영화를 찍는다는 라메자니는 교육용으로 단편영화를 찍던 시절부터 눈동자만 깜박거려도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이란의 아이들을 필름에 담아왔다.
‘영화궁전’에 초청받은 <하야트>는 곤경에 처한 소녀의 반나절 이야기다. 진학시험을 봐야 하는 하야트는 아버지가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그날 하루 집안 살림을 건사하게 된다. 남동생 아크바는 빨리 숙제하고 학교가겠다고 칭얼거리고, 아직 갓난아기인 나바트는 한시라도 혼자 둘 수 없다. 눈물이 넘쳐나 엉엉 울면서도, 하야트는 나바트를 끌어안고, 시험장에 도착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라메자니는 드디어 아기를 돌봐줄 이웃을 찾았는데도 그녀가 아기를 함부로 대할까봐 맡기지 못하는 하야트를 교훈적인 목적으로 창조했다. “학업과 시험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게 사실이지만, 그런 아이들만 나온다면, 어떤 교훈이 있겠는가. 신문에서 열두살 먹은 아이가 학교에 가서 열 두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뉴스를 읽은 적이 있다. 학교는 그렇게 싫은 곳이 되어선 안 된다”.
라메자니는 그처럼 아이들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어하지만 재미없는 잔소리만 늘어놓는 아저씨는 아니다. 하야트가 시험을 볼 수 있을까, 가슴을 조이게 하고, 비밀을 담은 밧줄이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며 하야트를 구원해주는 마지막 장면 또한 탄성이 나올 만하다. 라메자니는 연기경험 없는 소녀를 캐스팅해서, 아버지가 죽을지 몰라도, 진학하기 위해 일년을 다시 기다려야할지 몰라도, 문득 씩씩해지곤 하는 하야트가 되도록 두달 동안 훈련시켰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과 아이들과 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 그러나 라메자니는 계속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찍을 것이다. “어른들은 영화를 보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영화를 보다가 깨달은 교훈을 성장하면서 실천한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다.